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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스쿨 Apr 12. 2024

감정과 '화' 다루기 수업

감정은 마치 야생동물과도 같다. 내 몸과 마음을 거침없이 헤집고 다니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감정을 적절한 관계를 맺고,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먼저 감정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마주하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활동들을 직접 해볼 수 있다.


색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고, 별도의 도구 없이 종이를 접거나 구기거나 찢어서 자신의 현재 감정을 나타내는 것도 수업의 도입부나 언제든 쉽고도 간단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색종이로 감정표현하기 활동

감정의 속성을 알기 위해서는 투명한 병과 색모래로 하는 활동이 도움이 된다. 투명한 병은 우리의 마음이라고 가정하고, 색모래는 우리가 평소에 자주 느끼는 감정에 어울리는 색들을 정해 본다. 투명한 병에는 물을 받고, 색모래를 뿌리면 물이 여러 색의 모래들로 뒤섞인다.

모래가 들어있는 물병을 흔들수록 색모래 알갱이들은 시야를 가리고 물을 흐리게 한다. 이러한 활동 후 아이들에게

맑은 물을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고 질문하면, 아이들은

병을 가만히 둬요.
병을 만지지 않아요

등의 대답을 할 것이다. 그 뒤에는 병을 바닥에 두고 함께 색모래가 가라앉아 물이 투명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바닥에 있다가 건드리면 일어나는 색모래처럼 우리의 감정도 마음의 기저에 있다가 어떤 상황이나 자극 속에서 일어났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마음유리병 만들기

하지만 여러 감정 중에서 가만히 두기 힘들거나 다루기 힘든 감정들도 있는데, 실제로 아이들에게 여러 감정 중 가장 다루기 어려운 감정을 물어보면 대부분 ‘화’라고 대답한다. 최근 아이들을 만나면 ‘빡친다. 킹받는다.’ 등의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우리말에 ‘부아가 치민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천불이 난다. 혈압이 오른다. 울화통이 터진다. 분노하다.’ 등 화를 나타내는 표현들을 살펴보면, 화라는 감정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격한 반응을 보이게 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화라는 감정은 한자어도 불과 같은 火를 쓰는데, 화는 자칫 잘못하면 산을 통째로 태워버리는 불처럼 나와 남을 크게 다치게 할 수 있는 위험한 감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화의 속성을 잘 알고, 그를 다루는 법을 알고 연습하며 익히는 것은 나와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화에 대한 수업을 할 때에는


최근에 나는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났는지,
평소에 언제 화가 나는지?
화가 났을 때 몸과 마음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며,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지?     

를 물어보고 칠판에 써서 함께 그 상황과 행동을 자유롭게 나누며 시작한다.



그 뒤에 함께 그림책을 읽는데, 자주 쓰는 그림책은 <화가 났어요>이다.

그림책 <화가 났어요> 알라딘 서점 소개 이미지

이 그림책에서는 블록 쌓기 놀이를 하는 얀과 저녁을 먹기를 권하는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블록을 높이 쌓는데 집중하고 있던 얀은 계속 밥을 먹으라시는 할아버지 때문에 화가 난다. 결국 그 화가 폭발해서 소리를 지르고 방 안에서 화를 내는데, 갑자기 화 괴물이 등장한다. 괴상하고 흉측하고 무서운 괴물의 모습이지만 얀이 화 괴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숨을 쉬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화괴물은 귀여운 인형처럼 표정이 온순해지고, 크기도 작아진다. 마지막 즈음 가서는 화괴물이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작아져서 날아가는 표현이 나온다. 나는 이러한 그림 표현이 화의 속성을 매우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을 함께 읽은 뒤에는 지점토와 고무찰흙으로 자신만의 화괴물을 만들어볼 수 있다. 화라는 감정을 자신과 같은 것이라고 동일시하지 않고 객관화된 대상으로 실체화해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아이들은 화가 두렵거나 무서워해야 할 감정이 아니며, 다른 여타의 감정처럼 변화하는 감정임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의 작품

더 나아가 아래의 글처럼 자신이 만든 화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우는 아기처럼 섬세하게 다루는 연습을 해볼 수도 있다.     

화는 마치 우는 아기와 같다. 아기가 우는 것은 무엇인가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서일 것이고, 그래서 엄마의 품에 안기고 싶어 한다.

우리는 화라는 아기의 어머니다. 의식적인 호흡을 실천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우리에게는 그 아기를 품에 안고 어르는 어머니의 에너지가 생긴다.

화를 품에 끌어안은 채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만 해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기가 이내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 틱낫한, <화> 中  


화는 타오르는 불처럼 자신과 타인을 파괴시킬 수 있는 감정이라, 우는 아기를 달래듯 더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 따라서 마치 응급처치법이나 매뉴얼을 평소에 익혀두는 것처럼, 숨을 깊이 쉬거나 스스로를 안아주듯 달래는 것 외에도 화가 났을 때 대처하는 법을 미리 적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활동을 이어서  때는 <소피가 화 나면, 정말정말 화나면>이라는 그림책에서 주인공인 소피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그 화를 표현하고, 다루는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소피가 화나면, 정말정말 화나면> 알라딘서점 그림책 소개 이미지

그림책에서의 예시뿐 아니라, 친구들이 화가 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을 나누면서 다음에 화가 났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자신만의 매뉴얼도 완성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은 화가 났을 때 그를 잘 다루며, 자신과 타인을 상처 입히지 않고, 서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수업 참고 및 도움 자료


책 - <화가 났어요>, 게인 실버, 불광출판사

   -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몰리 뱅, 작은 곰자리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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