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 속, 손 위에 있는 것은 돌멩이일까? 씨앗일까?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출처 : 픽사베이
돌과 씨앗은 딱딱하고 단단한 성질이나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씨앗은 꽃이나 나무 등을 품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도 저마다 잠들어 있는 재능들을 품고 있고, 그것은 언제, 어디서 터져 나올지 모른다.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물과 기온, 햇빛 등 적절한 환경이 주어야 하듯이, 아이들이 고유한 재능을 피워내기 위해서도 많은 관심과 사랑과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아이들 안의 잠들어 있는 씨앗들을 깨우는 봄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티브이나 스마트폰 등 여러 매체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다른 것들을 구경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정작 자신 안에 어떤 장점과 재능들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자신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모를 때 우리는 타인의 삶을 따라 하고 쫓아가는 팔로워로만 살아간다. 내면의 뿌리와 중심이 없으니 외부의 상황에 쉽게 휘둘리고, 휩쓸린다. 그런 아이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하는 기회와 길을 열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그를 위해서 씨앗을 주제로 한 수업을 한다.
출처 : 픽사베이
실제로 사람의 발달 과정은 작은 씨와 같은 수정체에서부터 분화하여 이루어진다. 우리의 삶은 씨앗이 자라나 줄기와 잎을 뻗어내고 꽃을 피웠다가, 씨앗을 맺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식물의 삶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나는 수업의 도입부에 아이들에게 시간 여행자가 되어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려 보게 한다. 아이들은 그를 통해 태어난 직후, 혼자서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작은 아이가 손과 발을 쓰고, 뒤집기를 하고, 걸음마를 한 뒤 혼자 서서 걷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도가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그 뒤 아이들에게 직접 씨앗이 되었다고 상상하게 하여 몸을 웅크리게 한다. 몸을 가장 작게 웅크리고 씨앗 껍질이 나를 덮어, 흙 속에 묻혀있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다. 이때 교사는 교실 불을 끄고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 한 뒤, 춥고 어두운 겨울의 땅 속에서 잠을 자고 있는 씨앗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안내를 한다.
잠시 그렇게 머물러 있다가 빗소리가 나는 레인스틱이라는 악기나 녹음된 빗소리를 들려주고, 소리가 들린 친구들은 마치 오랜 잠에서 깬 새싹처럼 다리 뿌리를 내리고, 고개를 들고 몸을 둥글게 말아 올려보라고 한다. 씨앗 껍질과 흙을 밀고 나온 새싹은 마치 기지개를 켜듯 몸을 쭉 펴고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본다. 이때 교실 조명을 하나씩 켜서 점점 밝아지는 햇살 등을 상상하게 하면 보다 효과적이다.
이렇게 간단한 상상하기와 움직임을 통해서 자신의 성장 과정을 돌아본 아이들에게는 씨앗에 관한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동영상 등을 보여주며, 나라는 씨앗, 그리고 내 안에 씨앗에는 무엇이 잠자고 있는지 살펴보게 할 수 있다. 이번 수업 시간에 나는 씨앗이 자라나는 과정을 영상으로 간단히 보여준 뒤 ‘씨앗의 꿈’이라는 노래를 들려주고, 노래의 가사를 잘 들어보게 하였다.
사과 속의 씨앗은 셀 수 있지만 씨앗 속의 사과는 셀 수 없듯이 지금은 비록 우리의 꿈은 모두 볼 수 없지만 우리가 힘써 가꾸어갈 때 모두가 보게 될 거야
라는 가사를 듣고, 보면서는 우리 안에 셀 수 없이 무한한 잠재력들이 있음을, 그 씨앗들은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가꾸는 만큼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거라는 것을 느껴보게 할 수 있다.
그 뒤에 자신이 여러 활동과 자료, 체험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나라는 씨앗’, ‘내 안의 씨앗’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글로 기록해 볼 수도 있지만 그림은 글보다 더 직관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는 몰입을 도와줄 수 있는 음악을 틀어줄 수 있는데, 가능한 주제에 연관되게 비를 주제로 한 피아노 연주나 동요 등을 들려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러한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의 결과물은 아래와 같다(모두 아이들의 허락을 구하고 올린 그림들입니다). 이러한 그림을 게시하거나 함께 보는 시간을 가지며 서로 안의 씨앗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서로가 그 씨앗들이 잘 싹 틔우고 잘 자라날 수 있게 응원하며, 지지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나는 이 수업을 여러 교육 현장에서 유아부터 어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왔는데, 모두 집중해서 진지하게 참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평생에 걸쳐서 자신의 존재를 피어나는 여정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봄비가 되어 나와 인연 되는 모든 아이들, 나와 연결된 모든 존재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 가장 자신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이 땅에서 살아가고 싶다. 봄비가 내리는 이 계절, 나는 매일 눈과 마음을 씻으며
제 눈이 씨앗에서 나무를 알에서 새를 보게 하소서
– 크리스티나 로제티
라고 기도를 하며 아이들을 만난다.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도 같은 기도와 아래의 시에 마음을 담아 전한다. 우리는 지구라는 숲에서 함께 우거져 자라나고 있는 꽃이고, 나무고, 생명이라는 깊은 연결감에 감사의 미소를 지으며.
* 참고자료
음악 : 씨앗의 꿈-민경찬 작사, 작곡/봄비 – 민경찬 작사, 작곡/spring rain – 이루마 작곡 및 연주
동영상 :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pwbxOmdhA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