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리아 Mar 22. 2024

창의력의 시작,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

머릿속으로 물음표를 그려보자. 이번에는 그 물음표를 쭉 잡아당겨 보자. 구부러졌던 선이 직선으로 펴지면, 물음표는 느낌표가 된다. 질문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이 문장부호 속에도 담겨있는 것이다. 마음속에 품었던 질문이 풀리고, 답을 찾은 순간엔 "아하!"라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는 질문들을 통해 발달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 픽사베이

며칠 전 하원길에, 둘째 아이가 오후에 떠 있는 하얀 달 근처에서 날아다니는 새를 보며 내게 물었다.   

  

"엄마, 하늘의 새가 밤에는 별이 되는 거야?"    

 

얼마 뒤, 아이는 몸을 낮춰 앉아 개미를 바라보며  

   

"개미는 5분이 몇 분처럼 느껴질까?"    

 

라고 질문을 던졌다.     

출처 : 그림책 <나 진짜 궁금해> 알라딘 카드뉴스 이미지

만 4살의 아이에게는 이러한 질문이 일상이다. 처음 말을 하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게 뭐야?"     


라고 시작한 질문은

"어떻게"

"왜"


로 깊어진다. 그 질문을 따라 아이들은 사물이나 생명의 이름뿐 아니라, 세상의 원리와 법칙에 조금씩 더 가까이 닿는다.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은 경이로움의 세상에 살아간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는 우리의 본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질문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질문이 없는 일상은 관성처럼, 습관처럼 굴러갈 뿐이다. 다채로웠던 세상은 단조롭고 지루하게 변해버린다. 반대로 계속 질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미지의 영역을 확장해 가며, 세상을 변화시킨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찾아내고, 달과 화성을 바라보고 직접 탐사를 할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들어 내고, 불치병을 치유할 신약 등을 개발하기도 한다.     


교사로서 나는 아이들을 만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질문하는 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를 길러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첫 수업부터 아이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수업 과목이나 주제와 연결해서,     


“나는 누구인가?”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 스타일은 무엇인가?”     


처럼 때로는 추상적이고, 때로는 구체적인 크고 작은 질문들을 던진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어준다.   


“내 주변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대해 아이들이 나름의 답을 찾아오면, 그것에 대해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때론 더 깊이 탐구하도록 기회를 준다.

최근에는 과학 1단원에서 탐구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해 가는 부분에서 교과서 진도를 모두 나간 뒤에, 각자가 가져온 질문 중 반별로 몇 개를 선정해서 조별로 탐구해서 발표를 하는 수업을 했다.     


아이들은 ‘오빠 얼굴에는 여드름이 왜 생길까?’, ‘사람은 왜 졸릴까?’, ‘버스에서 점프하면 왜 뒤로 가지 않을까?’, ‘과속방지턱은 무슨 원리일까?’, ‘왜 머리카락은 매듭으로 묶을 수 없을까?’ 등의 생활 속 질문에서부터


‘어떤 흙에서 식물이 잘 자랄까?’, ‘고양이는 왜 착지를 잘할까?’, ‘별은 어떻게 빛날까?’, ‘블랙홀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라는 주변의 생물과 생명, 우주에 대한 질문


‘인류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등의 다소 크고도 철학적인 질문까지 여러 질문들을 던졌다.     


나는 그 질문들 속에서 아이들 속에 잠자고 있는 시인을, 과학자를, 철학자를, 거인을 만난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그 뒤 몇 주간 같은 조의 친구들과 함께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탐구하고, 정리해서 발표를 했다.    

아이들의 발표 자료

초등학생이었지만 발표 자세와 태도는 매우 진지했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PPT로 발표 자료를 만들어 오거나, 실험을 하거나, 전문 서적 등에서 사진 자료를 발췌해서 나누기도 했다. 대학생이나 연구원의 발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수업 후 소감을 물어봤을 때 아이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과 준비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었다는 말을 듣고, 나는 수업 목표를 제대로 달성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궁금한 것들을 알아가는 공부라는 것이 재미있고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아이들은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아이들은 기존의 지식을 수동적으로 답습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어떤 수업을 하든 질문을 활짝 열어둔 수업을 하고 싶다.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모든 질문들에 대해
인내를 가지라.
질문 그 자체를 사랑하라.
...
중요한 건 모든 것을 겪어 보는 일이다.
...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테니.

- 릴케


위의 글에서처럼 그 질문들은 바로 우리의 삶이 되고, 길이 되고, 빛이 된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해 왔고,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이어질 연재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이어 아이들의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키우는 법에 대해 나누어 보고자 한다.


* 질문과 관련하여 쓸 수 있는 자료들

- 그림책 : <나 진짜 궁금해>, 미카 아처, 나무의 말 출판사

- 동영상 : 지식채널e - 위대한 질문_#001 (youtube.com)

- 시: '우리는 질문하다 사라진다.' 파블로 네루다

이전 01화 나는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는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