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리아 Apr 09. 2024

꽃비가 내리는 찬란한 등굣길

평소처럼 두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학교에 데려다주는 길이었다. 육교를 건너는데 맞은편에서 벚꽃나무들이 두 눈 가득 들어왔다. 가까이 갈수록 파란 하늘 아래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이 생생하게 보인다. 육교를 내려오니, 벤치 앞에 떨어진 벚꽃잎들이 쌓여있다.

아이들은 두 손 가득 벚꽃잎들을 움켜잡더니, 공중으로 꽃들을 흩뿌린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나무에서도 벚꽃비가 쏟아진다.

눈이다


아이들이 두 팔을 벌려 벚나무 사이를 뛰어다닌다. 아침 등굣길이자 출근길, 바빴던 걸음을 멈추고, 나도 그런 아이들과 함께 온몸으로 벚꽃비를 맞아본다. 하늘에서 축복이 가득 쏟아지니, 마음이 행복으로 흠뻑 물든다. 양손 가득 떨어진 벚꽃을 잡고 흩뿌리며 걸으니, 꽃길이 절로 펼쳐진다. 바람이 닿는 자리, 벚꽃 잎이 휘날릴 때마다 여기저기서


우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벚꽃들이 떨어지는 곳이나, 시선이 닿는 곳에는 민들레, 제비꽃, 진달래, 개나리 등 봄꽃들이 피어있다. 문득 매년 4월이면 늘 찾아서 읽던 시 한 편이 떠오른다.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 인양
활짝 피었답니다
...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

꽃들 가득한 4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
눈이 짓무르도록이 봄을 느끼며
두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 볼랍니다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 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의 문을 엽니다

-이해인 '4월의 시'


벚꽃비 속에서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엄마 오늘 최고 행복한 날이야.

라고 얘기하며 환히 웃는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4월의 벚꽃이 흩날리던 평범하고도 특별한 오늘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 저장되기를...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더 소중한 2024년의 봄날, 매일매일을 두 눈과 마음에 가득가득 담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는 오후이다.

작가의 이전글 욕조 속의 대게 두 마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