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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 Apr 10. 2024

아이들과 함께 투표하는 날

평일이지만 느긋한 아침이었다. 출근을 하지 않는 어른 둘과 어린이집과 학교를 가지 않는 어린이 둘은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선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마냥 쉬라고 주어진 공휴일이 아니라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었기 때문이다. 신분증을 챙겨서 가까운 투표 장소로 가는 길에 투표를 마치고 나오시는 동네 어르신분들을 만났다.


아이들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자, 노부부는 웃으시며


투표 잘 하세요. 나라가 다 망하게 생겼어요.


라고 말씀하시며 손을 흔들어주셨다. 어떤 신념을 가지고, 누구를 뽑든 결국 나라를 위하는 그 마음은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며칠 전부터 


 선거가 뭐야, 투표가 뭐야?



라며 계속 물어봤다. 동네 여기저기 걸려있는 현수막 속의 숫자들과 얼굴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는 트럭 뒤에 선 사람들이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 유세차량 등이 궁금했던 것이다. 마침 이사 오기 전 살던 집 위층에 김예지 의원이 살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설명하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몇 년 뒤에 투표를 할 수 있는 건지, 아빠와 손을 꼽아 계산을 하며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투표 장소에 들어서는데, 커다란 외제 밴이 한 대 들어왔다. 티브이에서 자주 보았던 연예인 부부가 내려 줄을 섰다. 오전 시간이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근처 사찰에 계시는 듯한 비구니 스님 두 분도 투표를 마치고 나오고 계셨다. 강아지들은 함께 투표장에 못 들어가는지, 강아지를 데리고 온 사람들은 건물 현관 문 손잡이에 목줄 손잡이를 걸어두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신분증과 얼굴 확인 등을 하고 투표용지를 받는데, 미취학 아동은 함께 투표 부스에 들어갈 수 있지만, 초등학생부터는 안된다고 했다. 함께 들어가지 못한 첫째는 입이 뾰롱통해졌지만, 건물 밖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을 보고 이내 마음이 풀렸다. 투표 후 편의점에 들러 아이들이 마실 우유를 사고, 김밥 집에서 김밥을 사서 뒷산에 올랐다. 산에 오르니 날이 꽤 서늘했지만 봄날의 연둣빛 새순과 고운 꽃잎들을 보니 마음이 밝고 맑아졌다.

내려오는 길에 잠시 뉴스를 보았는데, 올해 사전투표율이 31.28%로 역대 최고였다고 한다. 요 며칠 페북 등 sns에서 외국에서도 투표 인증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던 기억이 났다. 그만큼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처럼 보였다.


자연 속에서 해맑게 웃으며 노는 아이들을 보며, 미래 세대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공존하며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어떤 분이든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를 살릴 수 있는 지혜와 국민들을 진실로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사랑이 많은 분이 당선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부디 오늘 6시까지 많은 분들이 투표에 참여해서, 우리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꾼들을 뽑을 수 있기를, 오늘의 한 표, 한 표가 물방울처럼 모여서 갈등과 반목을 넘어서는 강줄기를 만들어내기를...고목에서 피어나는 새순과 꽃들을 바라보며 희망을 기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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