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지금까지 자기 탐색을 주제로 미술 수업을 하고 있다. 오늘은 자신의 삶을 한 권의 책이라 생각하고, 표지를 그려보았다. 여느 때처럼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깊이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2교시가 빠르게 흘러가서 완성된 그림을 제출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6학년 친구가 그린 이 그림을 오래 바라보았다.
잔잔하고, 조화롭고, 평화롭고, 따스한 아이의 세계 속에서 나는 마음을 내려놓고 쉬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가득한 어지러운 날씨와 전쟁과 각종 사건사고로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맑고 고요한 마음을 품고 사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감사했다. 더불어 그 평화를, 그 아름다움을 오래, 오래 지켜보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제는 세월호 10주기라 여러 추모행사들을 접하며, 수많은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구조하시다 바다로 가라앉으신 선생님들에 대한 뉴스를 보고 오열했던 기억이 났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가라앉는 배처럼 위태로운 세상 속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왈칵 쏟아지는 슬픔을 넘어, 단 한 명의 아이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은 그 간절한 마음으로, 나는 매일 빛을 밝힌다. 더 넓은 품으로, 더 단단한 중심으로 모든 아이들을 안을 수 있기를 기도하며...
나와 인연이 된 모든 아이들이 단단한 씨앗 껍질을 뚫고 나와 자신만의 꽃을 피울 수 있게, 기꺼이 모든 씨앗들을 품는 대지가 되겠다던 십 수년 전의 첫 마음을 매일 새기며, 잘 간직하고 싶은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