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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스쿨 May 04. 2024

어린이날은 이 정도면 충분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는 모든 것이 새롭다.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도, 옆에 앉는 짝꿍도, 받침이 있는 한글도, 매일 반찬이 바뀌는 급식도 모두 처음이라 학교 생활이 더 기대된다고 한다.

아직 한글을 익히는 중인 아이

매일 하교할 때엔 학교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무엇이 재미있었는지 재잘거리며 말하기 바쁘다. 도장을 모아 마이쮸나 간식이라도 하나 받은 날이면 말 그대로 입이 귀에 걸려서 하루종일 발이 붕붕 떠서 다닌다.


이번 주에는 어린이날 주간이라 행사가 많았는데, 화요일에 있었던 스포츠한마당에서는 반 계주대표로 나가 뛰었고, 수요일에는 교회돌봄선생님께 과자를 잔뜩 받아왔으며, 목요일에는 돌봄 교실에서 작은 과자상자를, 금요일인 어제는 교실에서 영화도 보고, 과자도 먹고, 방과 후 수업에서까지 선물을 받아왔다고 했다.

아이가 받은 과자꾸러미 선물

그래서인지 어제 하교를 할 때 아이는 물기를 머금은 꽃처럼 활짝 핀 얼굴로

"어린이라서 즐거워."


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첫째가 학교를 다니며 유일하게 힘들어했던 숙제까지 없다니, 아이는 기쁨의 춤까지 춘다. 정말 완벽한 휴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이 받은 과자와 간식 선물들을 정리하다가 문득

"어린이날은 이 정도면 충분해."


라고 얘기했다. 아이를 보고 있던 내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아이는 과자도 너무 많으면 썩을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마침 어제 이사를 오기 전, 하원 후 아이를 돌봐주셨던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거를 사주시라고 용돈을 보내주셔서,


"션이 선물사주라고 용돈 보내셨는데 더 가지고 싶은 건 없어?"


라고 묻자 아이는


 "그걸로 션이 좋아하시는 커피랑 초콜릿 사드리자."


라고 씨익 웃는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나는 아이가 느끼는 충분한 행복과 흘러넘치는 사랑을 나누려는 마음에 물드는 것만 같았다.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 좋은 것은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앞으로도 아이를 더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 감사했다. 나는 어떤 자세와 태도로 삶을 대하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충분함을 아는 아이를 거울삼아 매일 내 마음을 닦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록이 가장 다채롭고, 아름다운 5월 가정의 달. 세상 모든 아이들이 충분한 사랑과 관심과 보호 속에서 꽃처럼 피어나기를 기도하는 새 날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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