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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선생님의 마지막 선물

by 달리아

나의 오래된 별명 중 하나는 산타이다. 늘 커다란 보따리를 싸들고, 먹을 것이나 선물을 나눠주기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가르쳤던 아이들에게 무엇을 나눌지 몇 달을 고민하다, 과학 시간에 배웠던 태양계를 팔찌로 만들었다. 1년의 마지막 수업시간에, 15년이 넘게 써오던 낡은 루돌프 양말에 반짝이는 구슬들을 가득 채웠다.


"우리의 가슴은 이미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어서, 거리가 떨어져도 행성처럼 서로를 그리워하며 이어져 있을 거야. 선생님은 마치 항성인 태양처럼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빛과 온기를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러니 행성처럼 삶을 여행하다 언제든 연락하고, 찾아오렴."
"와, 너무 예뻐요!" "평생 간직할게요!", "그리울 때마다 볼게요!"


아이들은 알록달록 빛나는 구슬들을 팔찌를 엮으며 행복하게 웃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얼굴에도 산타처럼 넉넉한 웃음이 지어진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 이토록 행복한 일이라니! 무엇보다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감사할 줄 아는 큰 마음을 지닌 아이들과 함께라 이를 더 실감한다.

아이들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은 1년간 수업 장면을 담은 영상과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였다. 아이들에게 생태계에 대해 가르치며 우리가 얼마나 연결되었는지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 직접 작사한 노래에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만든 뮤직비디오였다. 아이들에게 더 잘 전달하고 싶어 여름부터 배웠던 것을 겨울방학을 목전에 두고 완성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가르친다는 것이 곧 배운다는 것임을 다시금 실감했다.


https://youtu.be/nQXZ8yzuumU?si=dd3E8rXdoIeYdItu


마지막 수업 때 이 노래를 함께 듣고 부르며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주었다.

'너의 숨은 나의 숨'이라는 제목의 노래 가사는 아래와 같다.


나무가 숨을 내쉰다.
내가 숨을 들이마신다.
내가 숨을 내쉰다.
꽃이 숨을 들이마신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숨이 되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숲이 된다.

함께 깊이 숨을 들이쉬고
함께 깊이 숨을 내쉬면
몸도 마음도 깊이깊이 쉬어진다.

너의 숨은 나의 숨
나의 숨은 너의 숨

숨은 바람이 되어
너와 나를 잇는다
우리 모두를 잇는다.

온 산이
온 숲이
온 바다가
온 우주가

함께 숨을
함께 숨을 쉰다.

자꾸만 분열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의 마음과 관계는 멀어져 가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찢어진 그물망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너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며
너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는
하나로 이어지는 연결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깊이 숨 쉬며 웃을 수 있다.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어두운 시절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자, 어른이자, 교사로서, 끊어진 서로의 마음을 다시 잇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담았다.


*


세상 모든 아이들의 맑음과 밝음을 지켜줄 수 있기를...

아이들 곁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나와 인연 된 모든 아이들을 품고 안을 수 있기를,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무한히 나눌 수 있기를, 그렇게 무한한 빛과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기를... 기도하는 밤과 낮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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