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 교육의 창시자인 슈타이너는 '교육을 예술'이라고, 교사를 '교육예술가'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인간의 전인적인 성장을 위해,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따라 습식수채화, 오이르트미, 목공, 수공예 등 다양한 예술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과 그림과 춤 등의 예술은 나에게 늘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고, 깊은 치유와 해방감을 경험하게 해 주었던 도구이자 통로였기에, 나는 그런 예술에 늘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리고 모든 예술은 보이지 않는 인간의 감정이나 마음 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통해있다고 느껴왔다.
그래서 태양계에 대해 배우는 과학 시간에 시화를 그리기도 하고, 봄비에 대한 시를 읽기 전에 봄비를 주제로 한 음악을 듣는 등 일반 수업 시간에도 가능한 다양한 예술을 활용하는 편이다.
12화 시(詩)를 쓰는 과학 수업 (brunch.co.kr)
미술 시간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조소 등의 작업을 하기 전에 전에 나의 감정을 관찰해 본다거나 '행복이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나 주제를 함께 나눈다거나, 음악의 리듬을 몸으로 표현한 뒤 그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디즈니에서 만든 판타지아 2000을 본 뒤로는 음악의 느낌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도 해오곤 했는데, 지난주 미술 시간에는 그에서 더 나아가 '내 삶이 음악이라면'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하였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나는 아이들과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고 눈을 감은 뒤, 내 안의 심장박동, 맥박, 숨소리 등 내 몸 안에 흐르고 있는 리듬과 박자를 먼저 찾아보고, 느껴보도록 했다. 그 후엔 파도의 밀려옴과 쓸려감, 달의 주기, 밤과 낮의 변화 등 나를 둘러싼 세상의 리듬이나 빠르기 등을 느껴보게 했다. 잠시 고요한 침묵이 이어진 가운데, 한 아이가 감탄이 섞인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와, 온 세상이 음악이네요!"
나는 아이들에게 먼저 A4용지 사이즈의 종이를 먼저 나누어주고, 내가 듣게 된 나라는 사람의 리듬, 나만의 고유한 음악을 종이에 담아보게 하였다. 모든 아이들이 그림을 완성했을 때 나는 교실 중앙 바닥에 아이들의 그림을 나선형으로 놓았다.
그 뒤에는 몇몇의 듀엣 연주곡과 노래를 들려준 뒤, 고유한 두 개의 음이 만나 조화로운 화음을 만드는 것을 느껴본 뒤 두 명이서 짝을 지어 8절 도화지에 함께 그림을 그렸다. 아이들은 꽤나 집중해서, 그리고 종이 위에서 서로에게 서로의 공간을 양보하면서 그림을 채워갔다.
그 뒤에는 4명이서 연주와 노래를 하는 쿼텟 음악을 들어보고, 4명이서 2절지에 그림을 그리며 작품을 확장해 나갔다.
모든 그림이 완성된 후에는 우리 반만의 작은 전시회를 열어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마치 달팽이 껍데기이나 회오리의 모양처럼 중심에서부터 점점 확장되고 커지는 그림 주변에 둥그렇게 서서 하나로 완성된 큰 작품들을 감상했다.
혼자였던 내가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나누고 조율하며 화음을 맞춰가고,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표현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만 같았다. 수업을 마치고, 한 여학생이 다가와 내게 말했다.
"선생님, 오늘 활동들도 너무 재미있었고, 오래 기억날 것 같아요."
나는 나를 보며 수줍고도 예쁜 웃음을 지으며 마음을 나눠주는 아이에게 두 팔을 뻗어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서로의 심장이 맞댄 자리에서도 또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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