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렵다. 번져나가는 산불과 갑자기 꺼진 땅과 분열되어 서로를 혐오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요 며칠 계속되는 산불 소식에 애만 태우며,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 없어 무기력하고 답답했다. 산불로 타들어간 나무와 생명들, 보금자리를 잃은 분들을 위해 기도를 할 때면 마치 내 몸의 일부가 타들어가는 느낌에 발을 동동 구른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엔 기도를 하다 눈물이 났다. 무거운 마음으로 수업을 하러 들어갔는데, 아이들의 눈빛과 미소는 변함없이 맑다. 아직 절망을 모르는 순수함 앞에 설 때면 나는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주인공이 떠오른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어린아이와 함께 갇힌 아빠가 우리는 전쟁놀이 중인 거라고 아이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현실의 비극과 대비되어 더 슬픈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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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책에 '세상에 종말이 온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꿈속에서 온천지에 불이 나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아비규환의 세상에서 나는 가르치던 학생 두 명을 만나 대피한 뒤, 감말랭이와 물을 찾으며 말하다 잠에서 깬다.
"우리 이거 잘 나눠 먹으면서 버텨보자"
그날 저녁 잠자리에서 나의 두 아이들이 권정생 선생님의 《엄마까투리》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책을 읽다 울었다. 산불이 난 산에서 본능적으로 날아오르다 새끼들을 위해 다시 내려오다를 반복하는 엄마까투리가 결국 몸이 재가 되어 바스러질 때까지 새끼들을 날개 아래 품는 내용이었다.
글과 꿈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날 밤 오래도록 잠을 뒤척이다 전날 꾼 꿈의 장면에 이 어지는 꿈을 꾸었다. 여기저기 불이 번지며 망가져 가는 세상의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이를 바라보는 나의 두 팔과 겨드랑이 아래에서 커다란 날개가 돋아났다. 신기한 마음으로 날개를 펼쳤는데, 날개 아래로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아이들을 날개로 덮어 안았다. 그러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저마다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개들이 모이고 이어져서 마치 커다란 천으로 온 땅을 다 덮듯이 이 세상을 감싸 안고 있었다.'
그렇게 함께 망가져가는 세상을 사랑으로 연결하고 덮고자 하는 마음에 나는 더 목소리를 높여 세상으로 나간다. 새끼를 품은 엄마까투리처럼 절절한 마음으로. 포기할 수 없는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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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매일의 기도에 한영애 님의 조율이라는 노래 가사와 같은 바람이 더해진다.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제발 온 천지의 불을 끄는 비가 내리기를,
상처로 조각난 마음들을 씻어주는 강이 흐르기를, 어느 때보다 간절히 기도한다.
#산불 #엄마까투리 #삶이당신을사랑한다는걸잊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