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원주민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가끔씩 멈춰서 자신의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준다고 한다. 오래전 읽었던, 제목은 잊어버린 책의 구절이었는데, 최근 그 글귀가 떠오른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한 오늘. 출판사에 들렀다가 오디오북 마지막 녹음을 했다. 개학 전날인 어제는 세 그룹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대학교 친구들과 후배 교사들, 그리고 동네 아이 친구 엄마까지. 이번 여름의 키워드를 찾자면 '만남과 연결, 확장'이 아닐까 한다. 그에 더해 '아이들'과 '요리'까지.
어제 만난 후배가 "왜 교육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져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누었는데, "참 정성스럽게 답변을 하시네요."라는 얘길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진심'과 '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하나의 책을 오디오북을 녹음하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긴장도 하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발음도 꼬이고, 실수도 잦았는데, 그때마다 함께 녹음 내용을 듣고 계시던 피디님께서 "괜찮아요"라고 다정하고 친근하게 말씀해 주셨다.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전해지는 그 말씀을 듣는 것 자체로 마음이 편해졌고, 다시 힘이 났다. 나도 나에게, 그리고 내가 만나는 이들에게 그런 말들을 더 자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녹음을 마치고 연락이 닿은 신랑이 아이들 저녁을 차려 먹인다고 해서, 오랜만에 저녁 시간에 서두르지 않고 근처 카페로 향했다. 뜨거웠던 여름, 고생한 나를 위해 '레드 넥타'라고 이름을 붙인 루이보스티와 오렌지 당근케이크를 주문했다.
카페 2층에 난 통창을 바라보며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다양한 만남과 배움 속에서의 경험들이 내 안의 진짜 피와 살이 될 수 있도록 찬찬히 되새김질하며 소화시킨다.
그리고 두 팔을 벌려 기다린다. 숨 가쁘게 뛰어온 길을 따라 다가오고 있는 나의 영혼을. 내 몸과 마음과 영혼이 속도를 맞춰 조율되는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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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핀 백일홍향이 서서히 번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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