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자존감이 뭐예요?"

by 달리아

나는 학교를 나오고나서 더 많은 아이들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여러 강의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일 중 하나는 백혈병 등 여러 난치병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에서 4년 동안 매일 화상 강의를 한 것이었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하나라도 더 배우려 하는 아이들에게서 나는 참 많은 것들을 배웠고, 때때로 하늘나라로 가는 아이들이 있어 매일 마지막 수업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날엔 초등학교 3학년 수업 시간에 새롭게 한 아이가 들어왔는데, 백혈병이 재발하여 집중치료를 받아 오랜만에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아이가 수학 시간에 배우는 도형의 개념을 어려워하는 것이 느껴져서 나는 손가락과 몸짓으로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였다. 그랬더니 수업 초반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아이가 문제를 잘 풀고 나서 방긋 웃으며

“선생님, 저 이제 자괴감이 생겼어요!”

라고 했다.


나도 따라 웃으며


“잘 이해한 것 같아 기쁘네. 그런데 혹시 자괴감이 뭔지 알아?”


라고 물으니


“몰라요.”


고 해서, 그럴 때는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생겼다고 하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아이는

“선생님, 자존감이 뭐예요?”


라고 물었다.

“자존감은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자괴감은 자기를 괴롭히는 마음이야.”

라고 얘기해주었더니


“아, 그럼 저 자존감이 생겼어요!”


라고 두 손까지 번쩍 들며 얘기했다. 10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단어들을 설명하고 나서 수업을 마치고 오는 길 여러 생각이 들었다.


문득, 이전에 가르쳤던 아이가 떠올랐다. 심장이 멈췄다가 깨어났다는 아이는 뇌 손상으로 기억을 많이 잃고 발달이 느린 편이었는데, 6학년임에도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수업을 마칠 때면 언제나


“선생님, 사랑해요. 애들아, 사랑해.”


라고 말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지며, 우리가 진짜 기억해야 하는 무언인지에 대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을 만나오며, 나는 아이들과 진정으로 스스로를 믿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함께 배워나가며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언젠가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병으로 잘 걷지를 못해, 거의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지내며 곧잘 운다는 3학년 아이가 내게


‘선생님, 저의 외로움을 달래주시고, 제가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웃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써서 보여주었다.

아이의 편지를 받고선 내 가슴은 꽃밭이 되었고, 얼굴에는 웃음이 지어졌다. 웃음은 얼굴에 피어난 행복의 꽃이었다. 그 편지를 보고선 나는 에밀리 디킨슨의 ‘내가 만일’이라는 시에서처럼,


‘외롭고 힘든 가슴을 달래줄 수 있다면, 이미 내 삶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닐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화상 수업을 하는 학교 건물 앞에는 키가 큰 목련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나오는 길, 잠시 멈추어 서서 꽃봉오리가 만개한 꽃이 되고 진 자리, 새롭게 돋아나는 잎들을 바라보았다. 생명의 순환과 그 흐름을 만드는 크고도 보이지 않는 손이 느껴지는 듯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 수십 년, 수백 년 후엔 꽃들이나 나무들이 피고 지던 자리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의 삶과 그 안에서의 관계나 역할들도 늘 변하고, 또 언젠가 끝이 있으며, 그 끝이 언제인지는 몰라도 분명한 건 우리 모두가 온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남는가?’

그것은, 단연코, 우리 가슴에 피어난 사랑의 꽃들이라고, 그러니, 끝이 있기에 더 소중한 생의 순간순간, 우리 자신, 그리고 함께 이 생을 살아가는 모두를 사랑하며 살아가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꽃들에 눈 맞추듯 이 글을 읽으며, 나와 마음과 숨결을 나누고 있는 소중한 당신의 두 손을 꼭 잡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