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을 잃으신 뒤, 몇 주간 서울 병원을 오가시던 아빠의 최종 뇌, 심장 검사 결과가 잘 나와 아빠가 오랜만에 일상으로 복귀하셨다. 부모님을 서울역에서 배웅해드리며 오랜만에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놓였다. 아빠의 회복을 위해 기도로 함께해주셨던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나도 기도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며, 무언가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연이어 들었다.
오늘은 이웃들과 나눌 쌀과 라면, 통조림들을 들고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러 왔다. 추수감사절은 한 해의 수확들에 감사하는 날이다. 세상은 갈수록 암흑으로, 절망으로 치달아가는데 감사가 무슨 소용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은 이미 가진 것들에 만족을 느끼게 하고, 세상에 좋은 것들을 나누고 싶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액티브 호프'라는 책에는 그러한 감사의 효과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고마움은 믿음을 키웁니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 믿었던 때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을 도울 가능성이 더 크고, 그래서 도움. 고마움, 믿음, 협력이라는 긍정적인 나선형 순환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고마움은 협력적인 행위와 사회로 진화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 조안나 메이시, '액티브 호프'
감사도 할수록 더 감사하게 되는 습관이자 근육이며, 선순환을 만들며 커지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깊이 체험한다. 감사에는 분명 딱딱하게 묶이고 굳게 닫힌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열리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는 보통 내가 원하는 것들을 얻었을 때 감사하지만, 실제 감사는 더 많은 것들을 포용할 수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오늘 예배 마지막에 함께 부른 찬양의 가사가 그랬다.
향기로운 봄철에 감사 외로운 가을날 감사
사라진 눈물도 감사 나의 영혼 평안해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
헤쳐 나온 풍랑 감사 모든 것 채우시네
아픔과 기쁨도 감사 절망 중 위로 감사
측량 못할 은혜 감사 크신 사랑 감사해
길가에 장미꽃 감사 장미꽃 가시 감사
따스한 따스한 가정 희망 주신 것 감사
기쁨과 슬픔도 감사 하늘 평안을 감사
내일의 희망을 감사 영원토록 감사해
가사처럼 '기쁨뿐 아니라, 아픔과 슬픔에도 감사하고, 응답하신 것뿐 아니라, 거절하신 것도 감사하며, 모든 계절과 날씨에도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임을 의미하는 태도와도 연결된다.
다시 찬양을 찾아 연속해서 들으며, 나의 삶에 감사한 것들을 헤아려본다. 어두운 밤의 별들을 찾을 때처럼, 관심을 기울이고,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감사한 것들이 자꾸만 더 많이 찾아진다. 이러한 적극적인 감사의 힘으로 능동적인 희망을 품고 나의 일상을, 나의 삶을 밝히며 살아가야겠는 생각이 든다. 이 작은 빛들을 계속 지켜가고 나누다 보면, 안팎의 어둠을 밝힐 수 큰 빛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오늘도 두 손과 마음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