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원미동

멀고 아름다운 동네를 추억하는, 월요일

by 고수리

대학교 입학 후, 양귀자 소설 <원미동 사람들>의 배경이 되었던 부천시 원미동(지금은 원미구가 되었지만)에 꽤 오래 살았다. 서울과 경기도 경계에 위치하고 또 인천과도 접한 부천은. 내가 정말 싫어하는 동네였다.


첫 도시생활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컸을지도. 한편 너무나 외로웠을지도. 아니면 맘씨 고약한 집주인을 몇 만나봤기 때문에. 혹은 밤새 술집 유행가 소리가 시끄러운 부천 한복판 고시원에서. 베개로 귀를 틀어막고 번쩍번쩍 창문에 번지는 네온 불빛을 멍청하게 쳐다보던 밤 때문일지도.


뒷골목 모텔촌에서 술 취한 여자애 손을 잡아끌고 걸어가는 남자가 뻑뻑 피던 담배 연기가 싫었고, 지저분한 선술집 밖으로 휘청휘청 퉁겨져 나오던 일용직 노동자들의 꼬일 대로 꼬인 쌍욕도 싫었다. 카악, 내뱉은 가래침과 노상방뇨 오줌발이 쓰레기 더미에서 흘러나온 진물에 섞였다. 냄새나고 진득한 그 까만 길거리. 움츠린 어깨로 단단히 팔짱을 끼고 그 길을 걸어가던 밤들이. 나는 참 쓸쓸했고, 올려다본 하늘은 별이 반짝였다.


사실 원미동(遠美洞)은 ‘멀고 아름다운 동네’다. 토박이는 거의 없고, 곳곳에서 멀고 먼 길을 달려 희망을 안고 찾아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름다운 동네다. 나는 전철을 기다리면서 플랫폼 건조악한 복숭아 타일벽화 가운데에 박힌, 때 묵은 표지판을 바라보곤 했다.


부천(富川)


부천(富川)은 ‘시냇물이 부유한 곳’. 온수(溫水)는 ‘따뜻한 물이 흐르는 곳’이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많고 많은 시냇물줄기가 흐르는 부천을 지나, 가장 따뜻한 물이 흐르는 온수에서 내렸다. 그리고 다시 가장 따뜻한 물줄기를 거슬러 돌아와, 많고 많은 냇물에 섞였다. 그리하여 ‘멀고 아름다운 동네’에 흘러들었다. 하지만 나는 아름답지 않았다.


원미동을 떠나온 지 3년이 지났다. 나는 그 후로도 자주 그곳을 생각했다. 원미동은 내 기억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곳이었다.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그 익숙한 냄새. 나는 힘들거나 지칠 때마다 냄새나는 원미동을 떠올렸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게는 그런 동네가 있었다고.

멀고 아름다운 별처럼 반짝이고 싶었던,
하지만 그럴 수 없었던 내게는 그런 동네가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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