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고잉홈

수요일의 퇴근길, 너에게 건네는 위로

by 고수리

집에 돌아오는 길,

저녁 냄새가 코끝에 머물면 많은 생각이 스친다.


"지금쯤 나는 굉장히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네. 슬프다, 참."


친구의 말이 슬펐다, 참.


나도 그랬어.

지금쯤 나도 굉장히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 친구의 안부를 잊고

내 가족의 목소리에 소홀하고

내 건강을 무시하고 내 여유를 꺼두고.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더 독해져야 하는 걸까.


이만큼 가지면 좋을 줄 알았어.

이만큼 닿으면 괜찮을 줄 알았어.

그런데 사람 마음 정말 간사하다. 현실 참 매정해.

나는 가질수록 가난하고 닿을수록 부족해.


오늘의 후회 몇 번, 덧없이 지나간 시간이 아까워.

마음이 심란해. 먹먹해진다.


애초에 내게 없는 것들, 그리고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 그것들을 지고 걸어가야만 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아니, 그런 누군가를 내가 안아줄 수는 있을까


그래도 어쨌든 오늘도 하루를 살아냈잖아.

집으로 무사히 걸어온 고단한 네 발과 네 어깨와 지친 마음. 수고했어.




덧붙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오랜 팬인 자우림의 노래 <샤이닝>의 가사입니다.

애초에 첨부했던 뮤직비디오는 저작권 문제로 링크로 공유할게요.

자우림의 <샤이닝> 한 번 들어보세요.

https://youtu.be/y6tMA7mjFiA


모두 수고했어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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