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29 꿈의 기록
꿈속에서 엄마가 낡은 노트 몇 권을 보여줬다. 거기에는 내가 자라온 이야기와 엄마의 일기가 적혀있었다. '사랑하는 딸'이라고 적힌 페이지를 펼쳤다. 내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나. 대학교 방송제 준비를 하는 나. 방송 촬영을 하고 있는 나. 글을 쓰고 있는 나. 나조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사진이었다. 의아했다. 이때의 모습들은 엄마가 보지 못했을 텐데...
이 사진들 어디에서 찾았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어린 시절 내 사진을 많이 찍어주지 못한 게 미안해서 늘 이렇게 마음속에 담아두었다고 했다. 나의 모든 순간을 엄마는 잊지 않고 마음으로 찍어두었다고. 사진 속에 나는 웃고 있었다. 엄마는 말했다. "딸, 이렇게 웃으면서 하고 싶은 일 하며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 언제나 그러기를 마음으로 빌어."
또 다른 노트를 펼쳤다. 거기에는 엄마가 자주 가던 카페와 바다, 좋아하는 꽃과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엄마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작은 글씨로 적어 놓았다. 미안했다. 나는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아무것도 몰랐다.
"미안해. 나야말로 엄마를 너무 몰랐어. 왜 말해주지 않았어?"
"마음이 먼저 들으려 하지 않으면 아무리 말해도 들리지 않거든."
엄마의 노트들. 단 한 권도 제대로 된 모양새가 아니었다. 어디선가 무료로 준 수첩, 쓰다 만 가계부, 학창 시절 내가 썼던 공책, 읽던 책의 빈 곳 같은 것이 엄마의 종이였다. 엄마는 제 마음을 말하기보다는 종이에 적어두는 사람이다. 엄마의 마음들이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꿈에서 깨어나면 엄마에게 예쁘고 튼튼한 다이어리를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