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의 I promise를 듣던 밤
어제는 가족들이 일찍 잠들었다. 나는 조용히 밖으로 나와 걸었다. 날씨가 봄밤처럼 좋았다. 아까 낮엔 더 좋았지, 나가고 싶어 어찌나 간질거리던지. 봄이 왔다.
라디오헤드 노래를 들으며 망원동 골목길을 걸어 다녔다. 문 닫는 카페 주인과 어둠 속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데이트하는 연인과 맥주 마시는 무리를 만났다. 환경미화원과 버스 기사, 폐지 줍는 할머니와 지친 얼굴의 경비원도 만났다. 통째로 사라진 건물 자리와 재개발 안내문이 붙은 주택가도 지났다. 아직 앙상한 담장 아래로 길고양이 몇 마리가 지나갔다.
I promise. 귓가에선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당신 곁에 있겠다는 톰요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떤 얼굴 하나가 버스 창문 너머 사람들을 바라보던 뮤직비디오가 떠올랐다. 오늘 밤, 나는 그 얼굴이 된 것만 같다고. 밤 풍경을 바라보며 지켜주고 싶은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어두워진 골목과 사라지는 건물들과,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들과 곤히 잠든 나의 가족을 생각했다.
올려다 본 하늘은 잔뜩 흐려서 아무것도 반짝이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모두가 안녕하길 바라는 마음뿐. 나는 반짝이는 마음 하나를 쏘아 올렸다.
+ Radiohead ‘I promise’ 뮤직비디오
+ 작가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