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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Jul 19. 2015

일요일의 별

반짝이는 당신을 그리워하는, 일요일

4월의 어느 날, 새벽까지 야근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흘깃 모니터에 뜬 날짜를 보고 나는 깨달습니. 오늘이 일 년이구나. 바삐 돌아가던 온몸의 회로가 탁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창문을 바라보았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넋 놓고 할머니, 당신의 사진을 쳐다보던 그 날도 창밖에는 비가 내렸.


나빠질 여지라곤 더는 없을 것만 같던 길고 섬뜩한 몇 번의 고비를, 몇 번이나 견디고 떠난 당신의 죽음 앞에서 가족들은 조금 지쳤고 담담했습니다. 사실 나는 그날, ‘슬프다’라는 느낌도 그리고 눈물도 없었습니. 당신의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았죠. 런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 어지러운 향냄새와 정신없이 밀려드는 조문객들, 꾸역꾸역 억지로 삼키던 맛없는 음식들, 잠들지 못해 기댄 딱딱한 벽의 싸늘한 기운이 선명합니다.


노오란 봄날 그날, 창밖에는,
희붐한 안개비만 소리 없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나는 휴대폰을 뒤적이다가 할머니의 옷 한 벌이 걸려있는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발인을 마치고 할머니의 집에 들렀을 때 찍어둔 사진이었습니다. 작은 방공호 같은 할머니의 집에는 달랑 이 옷 한 벌이 걸려있었습니다.


나는 갑자기 당신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기억을 더듬으며 당신의 얼굴을 생각해내려 애를 썼지만 '아차, 할머니는 이 세상에 없지.'하는 맵싸한 느  당신의 얼굴 안개처럼 뿌옇게 어졌습니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할머니가 없어서 슬프다고 느꼈습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벌써 일 년이 지났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의 슬픔은 시간의 경과와 비례하더랍니다. 나는 가끔 할머니를 그리워했고, 몇 번은 눈물도 글썽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얼굴을 마주하고 미끈한 얼굴을 쓸어 만지고, 작고 딱딱한 발을 조물조물 만졌던 그 장소를 떠올립니다. 당신은 아주 작고 귀여운, 아름다운 몸이었습니다. 당신은 평온한 얼굴이었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습니다.


그리운 할머니가 밤하늘에 별처럼 저 멀리 반짝입니다.


당신은 언제 어디에서도 반짝이는 나만의 별입니다.

이런 밤, 나는 할머니의 발을 조물조물 주물러주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3일 동안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를 마주한 순간들을 때마다 적어두었는데 이곳에서 함께 공유하고 싶었어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살아남아, 또 다시 내일을 살아갈 분들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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