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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Jun 16. 2018

다정한 인사의 힘

조그만 약국에서 배운 것

3주째 감기가 떨어지지 않았다. 오전에 약국에 들렀다. 아주머니 약사가 운영하는 동네 약국이었다. 먼저 온 할아버지 한 분이 약을 처방받고 있었다.


"아버님, 지난번보다 약 하나가 추가되었어요. 이 약은 취침 전에 한 번 더 드시고요."


지난 조제 기록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지 약사는 이것저것 자세히 설명해줬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아버님."

"아이구. 인사가 고맙습니다."

"또 봬요."

"감사합니다."


모두가 환하게 웃고 있어서 나도 덩달아 미소가 번졌다. 아침부터 다정한 인사를 건네받은 할아버지에게 오늘은 좋은 하루가 될 것이다.


약사는 내 약의 조제 기록도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번이랑 항생제가 달라졌어요. 여기 노란 알약이요. 그나저나 감기가 너무 오래 가네요. 이상하네 왜 그러지?"

"약을 좀 걸렀더니 감기가 안 떨어지나 봐요."


"약은 규칙적으로 챙겨 드셔야 해요. 여기 의사 선생님 독한 약은 안 넣으세요. 그래서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드세요. 식사 잘 챙겨 드시고 따뜻한 물 많이 드셔요. 얼른 감기가 나아야 또 힘내서 아이들 보죠.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데요."


누군가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것 같아 괜히 뭉클했다. 병원 올 짬이 없어서 병원 문 여는 시간마다 초조하게 오가는 나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 아픈 얼굴로 뚝뚝하게 서 있는 나에게 다정하게 말 걸어주어서. 약사의 작은 친절이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네, 좋은 하루 되세요."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약국에서 약보다 더 좋은 힘을 얻어간다.


감기를 앓는 동안 바깥은 초록초록해졌다. 볕은 따듯하고 바람은 선선했다. 초록 이파리들이 반짝이며 흔들렸다. 빛 나무 빛 그림자가 그려진 보도블록을 걸었다. 잔잔한 아침 공기가 살갗에 내려앉았다. 기분이 좋았다. 마치 오늘의 인사처럼.


타인에게 웃으며 건네는 인사에는 얼마나 다정한 힘이 있는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친절에는 얼마나 사려 깊은 배려가 있는지 조그만 약국에서 배워간다.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은 하루였다.




@suri.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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