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글방 <마음 쓰는 밤> 두 번째 밤의 기록
<마음 쓰는 밤> 두 번째 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것에 대해 쓰는 시간이었다. 자몽, 여행, 간장게장, 산, 엄마의 택배, 축축한 흙냄새, 귤 등 열두 편의 글이 완성되었다.
나는 고양이에 대해 쓴 멤버의 글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대로 여기에 옮겨 적어본다.
며칠 동안 비가 내렸다. 그날 밤도 비가 내렸다. 핸드폰이 울렸다. “우리 집 지붕에서 고양이가 3일 내내 울었는데, 오늘은 좀 조용한 것 같아. 얘 죽은 거 아니야? ” 친구의 전화를 끊고 잠시 문 앞을 서성이다 시동을 걸었다.
친구에게 상자를 건네받았다. 열어보니, 텅 빈 상자 안에 힘없이 축 늘어진 아이는 미동이 없었다. 내일 아침 묻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쌍한 마음에 씻겨주고 묻어 줘야지 싶어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따뜻한 물로 씻기고 말려 한 뼘도 안 되는 생명체를 다시 상자에 넣었다.
빼액 빼액.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텅 비어 차갑고 조용했던 집에 빛이 비친다.
상자를 열자 온기가 느껴진다.
그렇게 먹이고, 재우고, 입혀서 키웠다. 테이블 위에도 올라가고, 옷장 안에도 들어가고, 우리 집 구석구석을 쑤시고 다닌다. 내 마음도 쑤시고 다닌다. 보고만 있어도 좋고, 만지니 더 좋고, 품에 넣으니 더더 좋다. 아, 이런 게 사랑인가 보다, 아아, 너는 내 사랑이구나.
2015년 7월 27일. 나는 텅 비었지만 가득 찬 상자를 열었다. 나는 사랑을 열었다.
담담한 어조의 짧은 글인데도 그 안에 꽉 찬 사랑이 느껴졌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면 그 마음이 글에 다 묻어나는 것일까.
멤버들과 마음 쓰는 밤을 두 번 지내면서 느낀 것이 있다. 하나는 모두 글을 너무 잘 쓴다는 것. 또 하나는 쓰는 글이 각자의 얼굴과 닮아 있다는 것. 어째서일까 생각해보다가 아마도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진솔하게 썼기 때문일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글도 얼굴 같아서, 살아온 만큼 표현한 만큼 겉으로 드러난다. 나이 든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다 깊고 아름다운 것이 아닌 것처럼, 글을 오래 많이 썼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어떤 글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문득 내 얼굴이 궁금했다. 지금 내가 쓰는 글과 닮아있는지, 정직하고 진솔한지. 내보이기 부끄럽진 않은지. 나는 내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모르겠지만,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노력하고 싶다. 글과 얼굴이 오래도록 닮아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