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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Jul 26. 2018

라면 봉지 어떻게 버리시는지

문득 라면을 끓이다 든 생각

라면 봉지 어떻게 버리시는지. 나는 커다란 봉지를 딱지 접어서 작은 후레이크 봉지 안에 넣어 버린다. 그럼 묘하게 기분 좋아진달까. 오늘은 입맛도 없고 밥 챙겨 먹기가 귀찮아서 라면을 먹었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라면 봉지 안에 잔 쓰레기를 모아 꼬깃꼬깃 딱지 접어 버리는 마무리 작업(?)에 정성 들였다.

요즘 나는 라면처럼 꼬인 마음이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여건은 되지 않고, 홀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늘 '내 시간이 없다'는 불만을 껴안고 산다. 어쩌다 시간이 생겨도 초조하고 조급해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몰라 헤매는, 이상한 상황을 자주 맞닥뜨린다. 답답한 나 자신에게 화를 내면서. 그래도 여전히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초조 불안 상실 울화. 그런 잡다한 마음들을 꼬깃꼬깃 작게 접어서 손바닥만 한 크기쯤으로 깔끔하게 줄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그거 딱 하나만 남긴 채로. 그렇다면 겨우 손바닥만 한 일 하나 해낸다 해도, 쓸데없는 이 마음들은 깨끗하게 버려질 텐데.


이런 심각한 생각을 하면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호로록 면발을 삼킨 순간, 까무룩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뭘 먹고 싶은지 모를 땐 라면인 것 같다. 맛있었다. 오늘 맛본, 아주 단순한 맛있음이었다.



@suri.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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