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수리 Aug 08. 2018

엄마의 자리

엄마. 그 이름이 너무 버겁고 힘들 때

'독박육아'라는 말. 육아를 너무 전투적으로 대하는 것 같아 별로 쓰고 싶지 않지만, 두 살배기 남자애 둘을 '혼자육아'하는 나는 가끔 한계를 맞닥뜨릴 때가 있다.


나 스스로 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 답답하고 화가 치미는 순간.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화풀이하지 않을까 싶어 두려운 순간. 오늘이 그랬다.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고 몇 번쯤 소리 지를 뻔한 걸 간신히 틀어막고서, 나는 설거지를 마치자마자 옆방으로 피했다.


엄마. 그 이름이 너무 버겁고 힘들다고 생각했다. 바닥에 기대앉아 다 식은 커피 한 잔 홀짝이며 마음을 달랬다. 이럴 때 가장 힘든 내 마음의 덩어리는 아마도 외로움인 것 같다. 어디라도 당장 털어놓을 상대가 없다. 기꺼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도 없다. 이럴 때 아이들이 말이라도 할 줄 알았으면, 대꾸라도 할 줄 알았으면, 그냥 내 말을 들어주기만 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마침 친정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서 옆방에 피해있어.” 그랬더니 엄마는 “그래. 거기서 좀 쉬었다 가.” 그런다.


아이들 키우면서 엄마 생각을 자주 한다. 나도 해맑은 얼굴로 엄마 마음을 할퀴었을 때가 아주 많았을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 엄마도 혼자였다. 다 큰 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엄마의 혼잣말을 그냥 가만히 들어주고 싶다. 마주 앉아서 엄마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봐 주고 싶다. '엄마라는 자리는 참 외로운 것 같아, 힘들었지 엄마.' 하고.


그럼에도 오늘 밤 나는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잠든 아이들의 머리칼을 쓸어 넘길 것이다. 그럼에도 내일이면 아이들을 안아주고 밥을 지어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고. 또 사랑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누군가 '어째서?'라고 묻는다면, ‘어쩔 수 없어서.’라고 대답할 수밖에.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온전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음 역시 엄마의 것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 참 예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