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낭이 되어준 책

가라앉을 것 같은 나를 구해준 책들

by 고수리
10대 시절에 그 세계로 자기가 쑥 빨려 들어가는 책과 마주칠 수 있으면 좋다. 그런 책은 크고 넓은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자신을 구해주는 부낭이 될 것이다. 부낭은 많지 않아도 괜찮다. 하나면 된다. 부낭은 가라앉을 것 같은 나를 구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도달해야 하는 바닷가까지 데려가줄 것이다. 용기를 쥐어짜 크고 넓은 바다에 뛰어들어 못 다했던 바닷가를 향한 수영에 나서야만 할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럴 때 부낭이 되어줄 책 한 권이 있다면 얼마나 마음 든든할까 하고 종종 생각한다.

- 마쓰우라 야타로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


이 문장을 읽고 나에게 부낭이 되어주었던 책을 떠올려보았다. 그동안 책은 꽤 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바로 떠오르는 책은 몇 권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 한 권을 고르기는 더더욱 어려운 것 같고. 찬찬히 생각해보았다.


10대 시절 나의 부낭이었던 책은 신경숙의 <외딴방>과 오정희의 <유년의 뜰>이었다. 그보다 더 아이였을 때는 J. M. 데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와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었고.


20대에는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과 김애란의 소설들을 껴안고 살았다.


30대에는, 아직 반절도 살아보진 않았지만, 아무튼 지금까지는 바버라 애버크롬비의 <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과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집들인 것 같다.


부낭이 되어주었던 책은 좋아하는 책과는 또 다른 것 같다. 좋아하는 책들을 말해보라면 나는 주저없이 기쁘게 늘어놓을 수 있다. 그러나 '가라앉을 것 같은 나를 구해주었던', '닿고 싶었던 바닷가 어느 정도까지는 나를 데려다주었던' 부낭같은 책을 떠올리면 왠지 모를 먹먹함과 뭉클함이 스며든다.


내 책도 누군가에게 부낭같은 책이 된다면 아주 기쁠 것 같다. 언제나 그런 마음으로 글을 써야지 다짐해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부낭이 되어준 책이 무엇이었는지.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suri.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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