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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Feb 12. 2019

나는 오늘도 책 속으로 숨는다

취미는 독서

2년 전쯤부터 독서는 나의 취미가 되었다. 취미라는 게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하고 싶은 걸 하는 일이라면, 독서는 나의 취미가 맞다. 사실 이전에는 타인의 삶을 취재하고 나의 삶을 쓰느라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그땐 책을 읽을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런데 2년 전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나는 세상과 단절되어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 나의 감정을 다스리기 힘들었다.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화가 나도 외로워도 우울해도 슬퍼도 아파도 배고파도. 책을 읽었다.


누군가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본다면, 나의 감정이 어떤지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활자에 집중한 나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 시간만큼은 나는 혼자였다. 오직 나는 나로서 존재했다. 따지고 보면 나는 책 속으로 숨어버린 것이다.


취미라고 하기엔 조금 필사적인 같지만. 그래도 나는 매일 책 읽는 시간을 기다린다. 어떤 책이든 내가 읽고 싶은 것들만 읽는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책을 읽어야만 한다고 강요하거나, 그런 류의 책만 읽는다고 평가하고 비난할 수 없다. 독서는 나의 취미이고, 온전히 나만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책 속으로 숨는다.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한다.


요안나 콘세이요 일러스트




@suri.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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