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수리 Jul 27. 2015

월요일의 시루떡

월요일 저녁, 아직 따뜻한 시루떡 한 접시

평소와는 다르게 8시쯤 귀가했다. 이른 귀가였다.  


빌라 입구부터 맛있는 냄새가 났다. 4층 계단을 오르자 현관문을 활짝 열어둔 옆집이 보였다. 시끌벅적 온 가족이 모여서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슬며시 집에 들어가려는데 "아가씨, 잠깐만요!" 하고 옆집 새댁이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불쑥 시루떡 한 접시를 내밀었다.

 

얼마 전에 이사 왔어요. 
우리 애가 좀 시끄럽죠? 미안해요. 


사실 정신이 없어서 옆집에 누가 이사 온 것도 몰랐다. 민얼굴이 말간 새댁 뒤로 꼬마 남자애가 꺅꺅 소리를 지르며 방안을 휘젓고 다닌다. 신문지를 깐 방바닥에 지글지글 삼겹살이 익어간다. 삼겹살을 굽던 남편도 눈인사를 건넨다. 요새도 떡 돌리는 집이 다 있구나. 


“아녜요. 떡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부터 옆집 앞에 작은 자전거 하나가 세워져 있었더랬다. 


현관문을 걸어 잠그니 깜깜하고 조용한 우리 집이다. 배고프다. 아, 나 여태 저녁을 안 먹었지. 집에 먹을 게 뭐가 있더라... 나는 힐을 벗고 노트북과 가방을 내려두고 싱크대 위에 시루떡 접시를 놓았다. 깔깔 웃는 옆집 소리가 들린다. 어둑한 방안에 시루떡 냄새가 솔솔하다. 방에 불 켤 새도 없이 한 손가락 죽 찢으니, 떡이 아직 따뜻하다. 나는 싱크대 앞에 서서 시루떡을 씹어 먹었다. 우물우물. 시루떡 참 달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요일의 희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