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수리 May 21. 2019

앞으로 우리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요?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지만

여행 작가이자 <마음 쓰는 밤> 멤버였던 다은님을 만났다. 함께 글방에서 글 쓸 때는 겨울이었는데 벌써 초여름이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쑥쑥 자랐고 우리도 조금 여유로워졌다.


비슷한 삶을 살아와서인지,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여서인지, 아니면 글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나눌 이야기가 차고 넘쳤다. 다은님이 내 책을 꺼냈다. 오랜만에 차르르 책을 넘겨보았다. "저는요.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어요." 나는 말했다.

"예전에 썼던 책 다시 읽어보진 못하겠더라고요. 너무 부끄럽고 고칠 것들만 눈에 보이고. 하지만 그때에만 쓸 수 있는 나의 감정 나의 글이었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지금은, 특히 엄마가 되고 나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보는 눈도 쓰는 글도 달라졌어요."

"앞으로 우리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요?"
"그러게요."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었다. 우리가 엄마가 된 것도, 아이를 키우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그렇지만 그러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마음가짐.

"정말이지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잖아요. 그런데도 모든 게 익숙해지고 자라나고 흘러가요. 그래서 이 순간을 소중히 만끽하고 싶어요."

누가 했던 말인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말이 꼭 서로의 마음 같아서. 이런 이야기를 오래 나누었던 것 같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주 웃었다.

하늘이 맑았다. 볕이 따뜻했다. 바람이 불 이파리들이 푸르르르 움직였다. 우리는 광합성하는 나무처럼 한참 볕을 쬐었다.


아프지 말고 건강히 살아가기로. 조급해 말고 천천히 오래 쓰기로. 그렇게 자라기로 해요. 우리.

매거진의 이전글 늘 이만큼만 써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