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요?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지만
여행 작가이자 <마음 쓰는 밤> 멤버였던 다은님을 만났다. 함께 글방에서 글 쓸 때는 겨울이었는데 벌써 초여름이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쑥쑥 자랐고 우리도 조금 여유로워졌다.
비슷한 삶을 살아와서인지,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여서인지, 아니면 글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나눌 이야기가 차고 넘쳤다. 다은님이 내 책을 꺼냈다. 오랜만에 차르르 책을 넘겨보았다. "저는요.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어요." 나는 말했다.
"예전에 썼던 책을 다시 읽어보진 못하겠더라고요. 너무 부끄럽고 고칠 것들만 눈에 보이고. 하지만 그때에만 쓸 수 있는 나의 감정 나의 글이었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지금은, 특히 엄마가 되고 나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보는 눈도 쓰는 글도 달라졌어요."
"앞으로 우리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요?"
"그러게요."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었다. 우리가 엄마가 된 것도, 아이를 키우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그렇지만 그러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마음가짐.
"정말이지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잖아요. 그런데도 모든 게 익숙해지고 자라나고 흘러가요. 그래서 이 순간을 소중히 만끽하고 싶어요."
누가 했던 말인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말이 꼭 서로의 마음 같아서. 이런 이야기를 오래 나누었던 것 같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주 웃었다.
하늘이 맑았다. 볕이 따뜻했다. 바람이 불면 이파리들이 푸르르르 움직였다. 우리는 광합성하는 나무처럼 한참 볕을 쬐었다.
아프지 말고 건강히 살아가기로. 조급해 말고 천천히 오래 쓰기로. 그렇게 자라기로 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