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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Jul 30. 2019

울더라도 쓰고 읽는 사람들

나의 진짜 이야기를 꺼낼 때 울음이 터지는 건 정상입니다

창비학당 <고유한 에세이> 첫 시간. 

글쓰기에 앞서 용기를 전해주는 시간이었다. 쓰고는 싶지만 무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운 사람들에게. 쓸 수 있다고 쓰면 된다고 같이 쓰자고. 열심히 격려했다.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좋겠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읽고 나서 의문이 드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아는 척하지 않는 담백한 글을 쓰고 싶은 사람.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 함부로 위로하지 않는 글, 무모한 삶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은 사람.


나를 소개하는 글을 써야 했는데 아무것도 쓸 수 없어서 펑펑 울었던 적이 있었다고, 그래서 여기 나의 이야기를 쓰러 왔다는 사람도 만났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글들을 쓰게 될까. 고유한 당신을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  / 190723 기록


창비학당 <고유한 에세이>


창비학당 <고유한 에세이> 두 번째 시간. 

누구가 아닌 무엇으로 나를 소개하기.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모임마다 분위기가 다 다르다. 이번 '고유한 에세이' 모임은 뭐랄까. 잔잔한 사람들이 모였다. 차분하고 진중하다. 일부러 커리큘럼을 내밀하고 깊숙하게 짜기도 했지만. 어쨌든 정말로 나를 알고 싶은 사람들,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좋다.

각자의 글을 읽고 나누기만도 시간이 부족했다. 사정이 있어 불참한 학인 세 분은 모두 메일로 글을 보내주셨다. 태어나 처음 글쓰기를 시도해 본 학인은 메일에 '울고짜며 나를 돌아보았고, 이런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글쓰기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ㅠ'라고 적어주셨다.

언젠가 무심코 딸기잼 병 라벨에서 이런 문구를 읽었다.


뚜껑을 처음 열 때 '뻥 소리'가 나야 정상 제품입니다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눈물들을 떠올렸다. 그들 대부분은 처음으로 솔직한 자기 이야기를 쓴 사람들이다. 어제도 그런 눈물을 만났다. 나의 진짜 이야기를 꺼낸 순간, 참을 새도 막을 새도 없이 눈물부터 터져 나온다. 떨리던 목소리는 울먹거리다가 이내 뻥, 터지고 만다. 문장은 자꾸만 끊기고, 단어 하나하나 힘주어 힘겹게 읽어야만 한다. 자주 침묵이 찾아오지만 모두가 말없이 그를 응원한다.

울더라도 정확하게 끝까지 자신의 글을 읽어 내려가는 사람. 안아주고 싶다. 휴지를 건네주던 옆자리 사람도. 낭독이 끝난 후 찾아온 소중한 고요를 껴안고, 머뭇머뭇 격려의 말을 꺼내는 사람들도. 모두가 뭉클하다. 고맙다. 어젯밤이 그랬다. 그래서 어제도 오래도록 잠들지 못했다. / 190730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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