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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Jul 30. 2015

목요일의 밥

목요일, 꿈보단 밥을 선택한 당신에게

오랜 시간 공부를 하다가 꿈 대신 밥을 택했다며,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취업을 하기로 했다는 선배의 목소리를 들었다. 선배의 결정이 안타깝긴 했지만, 그가 꿈 대신 밥을 선택했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었다. 나는 선배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힘내라고 했다.


선배는 오랜 시간 노력하던 ‘꿈 대신 밥’을 택했지만, 나는 애초부터 ‘꿈보단 밥’이었다. 사실 요즘은 그 꿈이란 게 뭔지도 잘 모르겠다. 이러다가 평생 꿈 말고 밥만 먹고 살 것도 같다.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꿈보단 밥을 선택해서 살고 있는 이들의 맘은 다 비슷할 거다. 다시 그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어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 실패해도 일어날 기운이 없다.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하기 싫어도 잠깐 참으면 배부른 일을 선택할 수도 있다. 생각보다 사회생활은 만만한 게 아니고 복잡한 개인의 사정도 있는 거다. 그걸 삐딱하게 볼 순 없다. 먹고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그 숭고한 밥벌이를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종종 “저 취업했어요!하고 연락이 오는 후배들이 있다. 먼저  “어디?”라고부터 묻는 건 되도록 삼간다. “진심으로 축하해. 고생했다." 맘고생 한 후배들에게 인사부터 건넨다. “어떤 일인데?”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그냥 얼버무린다. 꿈보단 밥을 택한 것이다. 원래 하려던 일은 아니었어요. 괜찮아. 난 그래도 네 선택에 실망하지 않아.  


분명하게 뚜렷한 사람이 있다. 이건 흔들리는 과정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길을 찾아가는 터닝 포인트일 수도 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을 나는 무조건 응원한다. 뚜렷하게 짙은 꿈을 가진 사람은 변할 리가 없다. 그러니 지금은 돈벌이를 선택했을지언정 당신의 꿈마저 좌절하지는 말라고 격려하고 싶다.  


빌딩과 자동차와 사람들이 가득 찬 거리를 걸으면서, 내가 이 수많은 사람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나는 깜짝 놀랐다. 발걸음을 한 걸음, 또 한 걸음 옮기면서 나는 ‘아, 버겁다.’고 생각했다. 어쩜 이렇게 무겁지. 이 지긋지긋한 고민, 불안, 책임, 신념, 돈. 같은 것들을 평생 지고 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띠잉 아팠다. 그렇다고 다 버릴 수는 없다. 이것도 내 삶에서 아주 중요한 것들이니까.


배고프다. 밥부터 먹자.

나는 걸었다. 맞은 편에 걸어오는 사람들과 스치면서 나는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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