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추석 전야를 보냈다. 서안이 갑자기 아파서 한밤중에 응급실로 달려갔다. 아픈 사람이 많았다. 절반은 아이들이었다. 소아 응급 센터는 대기실까지 꽉 차 있어서 나는 서안을 안고 응급실 복도에서 기다렸다. 중증 응급 센터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많은 사람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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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일으키며 우는 아기를 안고 어쩔 줄 모르는 엄마, 의식을 잃거나 피를 흘리며 실려온 환자들, 울면서 부축받으며 걸어가는 보호자들, 얼빠진 얼굴로 달려와 누군가를 찾는 사람들, 피곤한 얼굴로 스쳐가는 의료진들. 비현실적인 풍경이 무섭고 겁이 나서 서안을 더 꽈악 안았다. 서안의 몸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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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쯤 기다려 진료를 받았다. "며칠 앓을 거예요." 명랑한 여자 의사를 만났다. 현장에서 마주친 유일한 명랑함이어서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서안을 격리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해서 연휴 동안 지안은 시부모님께서 돌보기로 했다. 여전히 북적이는 응급실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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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쉬는 날에, 자는 시간에 나와 일하는 의료진이 고마웠다. 그들은 점보 사이즈 커피를 링거병처럼 들고 마시며 잠과 병과 폭언과 싸우고 있었다. 술 취해 주먹다짐을 하다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며 실려온 남자는 의료진에게 줄곧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겁에 질린 얼굴로 그를 치료하던 의사와 간호사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이런 생활이 일상일 그들의 밤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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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챙겨 새벽에 서안과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는 밤새 앓았고 나는 자다 깨다 아이를 돌봤다. 눈을 뜨니 오전 열한 시. 좀 나아졌는지 서안이 내 눈을 마주 보며 생글 웃고 있었다. 둘이 밥을 지어먹었다. 둘 다 잘 먹지 못했다. 나도 그간 쌓인 피로와 긴장이 몰려와서인지 온몸이 아팠다. 서안 곁에 누워 더 잤다. 아프고 고요한 추석이었지만 평온했다. 이 아침이 오기까지 긴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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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서안에게 말해주고 싶어 기록해둔다. 네가 세 살 때, 추석 전날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에 갔어. 너는 많이 아팠는데 너를 위해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수고해주었어. 그러니까 너는 고마워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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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앞으로 아프면서 자랄 거야. 엄마도 아프면서 늙을 거야. 사람은 가끔 아플 것이고, 죽을 때까지 아플 거야. 아플 때, 아픈 한 사람을 위해 잠들지 못하는 여러 사람이 있어. 그걸 잊으면 안 돼. 귀히 여기고 고마워해야 해. 생명을 지키려고 반짝이는 모든 존재들에게. 그렇게 지켜온 너라는 생명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