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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Oct 07. 2019

처음부터 타고난 작가는 없어요

그저 매일 쓰다 보니 작가가 되는 것이지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수리입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두 편의 에세이를 짓고 꾸준히 글을 쓰며 살아가는 작가입니다. 가을빛이 좋은 오늘 노들서가에서 강연도 하고, 함께 글 쓰게 되어 기뻐요. 커다랗고 소란스러운 공간에서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고개를 끄덕여준, 그리고 함께 연필로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마음이 충만합니다.


오늘 강연에서 나누었던, 제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글을 썼던 이야기를 다시 적어보고 싶어요.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 커다란 불행이 만나기 마련이죠. 저도 그런 불행을 겪고 오랫동안 힘들었습니다. 힘든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몰라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글쓰기는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가능한 일었고, 오로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20대 시절, 줄곧 글을 쓰며 깜깜한 밤들을 견뎠습니다. 그 글들은 오랫동안 제 노트에 숨어 있었습니다. 상처처럼, 비밀처럼, 그림자처럼. 나의 이야기를 숨겨두었지요.


그러다가 문득, 나답게 살고 싶어 졌어요. 나의 이야기를 꺼내고 내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계속 글을 쓰면서 살고 싶어졌습니다. 엄마 말을 빌리자면, "까짓것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나답게 살아야지." 그래서 공개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글이 2015년 7월 3일. 브런치에 올린 첫 번째 글 <금요일의 눈>입니다. 나는 앞으로 이런 글을 쓰고 싶다. 계속해서 글을 쓰겠다는 저만의 선언 같은 글이었지요. 그 글을 시작으로 3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서 올렸습니다. 노트에 숨겨두었던 글들을 초고삼아 매일 글을 올렸지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독자들이 생겼습니다. 위로받았다는 말들을 듣게 되었고요. 하나둘 출간 제의가 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첫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꾸준히 글을 쓰며 작가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것이 저는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이상하고 참 신기한 일이지요.


모든 이야기에는 시작이 있습니다. 그 시작은 특별한 기억처럼 남아있지만, 사실 당시에는 아주 평범한 하루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쓴 글이 나를 작가로 만들어 줄 거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 하루하루 글 쓰던 저는, 그 어떤 기대도 확신도 없이 그저 매일 썼던 것 같아요. 그냥 나답게 살고 싶어서.  글들 를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처음부터 타고난 작가는 없어요. 그저 매일 쓰다 보니 작가가 되는 것이지요. 저는 여러분이 꾸준히 글을 쓰셨으면 좋겠어요. 쓰고자 한다면 먼저 나의 이야기부터 쓰셨으면 해요. 나의 이야기를 쓰고 난 후에 비로소 다른 사람들이,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와는 다른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지요. 그래서 저는 글을 쓸 때마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마음속 응어리를 풀고 상처를 고백하고 나를 안아주고, 나와 비슷한 누군가를 알아보고 기꺼이 손을 내밀고 싶어 집니다. 그렇게 너그럽고 따뜻해집니다. 나라는 사람도 나의 삶도.


지금도 무언가 쓰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아주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글이라 생각하겠지만. 지금 당신은 자기 자신을, 자기 삶을 만지고 있는 거라고. 글을 쓰며 당신은 선명하고 고유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그러니 마음껏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라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억해요. 모든 시작은 작지만 모든 삶은 크다는 걸.

 


2019년 9월 29일

노들서가에서, 고수리 드림



*이 편지는 [쓰는 이의 마음] 노들서가 강연 후 진행된 [사일런트 라이팅] 시간에 쓴 글입니다. 오랜만에 연필로 쓰는 시간이 좋았어요. 사람들과 쓴 글들은 책 모양으로 접어 벽면에 전시되었습니다. '책 한 장'이라고 부르는 마음. 하나의 글이 한 권의 책의 될 수 있다고 믿는 노들서가의 마음이 느껴져서 따뜻했습니다.






제가 브런치에 썼던 첫 번째 글 <금요일의 눈>을 공유합니다. 지금껏 브런치에 썼던 글들은 초고라고 생각하며 일부러 수정하지 않았어요. 제 브런치를 맨 처음부터 읽으시는 분들은 이 작가가 얼마나 서툴렀는지, 어떻게 나아졌는지 혹은 달라졌는지. 느끼게 되실 거예요. 저의 공적인 글쓰기의 시작이자 작가의 시작이 되어준 글을 여러분에게 선물합니다.  


“나는 하얀 눈처럼 담백하고 따뜻한 글을 쓸 것이다. 손가락으로 몇 번을 지웠다가 또 썼다가. 우리가 매일 말하는 익숙한 문장들로 싸박싸박 내리는 눈처럼, 담담하게 말을 건넬 것이다. 삶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위로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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