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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Nov 08. 2021

수리수리 고수리 교수의 날들

고수리 교수 생애 첫 학기의 기록

고수리입니다!

올 여름가을은 정말 기념할 만큼 바빴는데요. 교수가 되어 생애 첫 학기를 꾸려나갔기 때문이죠. 가르치는 일에 관해, 정말 틈틈이 가볍게 남긴 기록들 여기 나눌게요. 마지막에 학우분이 과제로 쓴 에세이. 읽고 울지 않기로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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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수필쉽게쓰기] 개강


작은 성취 기념으로 남겨두기.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고수리 교수 [수필쉽게쓰기] 생애 첫 강의가 개강했다. 수강생이 100명 넘었는데, 어쩌나... 두근두근. 카메라 울렁증 견뎌내고 3 회차쯤에서야 나아진 동그라미 교수님이었습니다.


(c)세종사이버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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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교안 송고


수필쉽게쓰기 13강. 마지막 교수자 교안을 보냈다. 책 더미에 파묻혀 원고지 1,175매 분량의 교수 자료를 만들다가 한여름이 지나갔다. 학우들에게 글쓰기를 넘어 책 쓰기를 목표로 원고지 600매를 써보자고 가르쳤는데, 어쩌다 책 두 권을 쓴 셈이 되어버렸네. 이로써 저는 수리수리 고수리 에세이 척척 교수님이 되었습니다. 전부 다 가르쳐드릴게요.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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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리 × 윤정은 에세이 작가 듀오 특강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윤정은 베스트셀러 작가 초청 특강. 방송작가 경험을 총동원해 사전 취재와 큐시트까지 만들어 진행한 강의. 10년 차 고수리 작가와 14년 차 윤정은 작가의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위해선 꾸준한 성실함이 정답입니다. 물론 먼저 부딪쳐 경험해본 작가들의 소소한 요령들과 진심 어린 조언이 있고요. 둘이 합쳐 24년 글쓰기와 책 쓰기의 팁은 세사대 [수필쉽게쓰기]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오디오 방송이든, 영상 방송이든. 호흡 척척 에세이 듀오 결성해야겠어요. 윤정은 작가님, 고맙습니다.



윤정은 작가 블로그, 따스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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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리 작가 x 이지은 편집자 콤비 특강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박막례시피> <오늘부터 돈독하게>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 에세이를 만든 이지은 편집자 심층 취재에 가까웠던 특강. 사심 가득한 질문들을 넘치게 준비해서 어떤 저자와 어떤 글이 책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누었다. 게다가 이지은 편집자는 ‘에디터리’라는 필명의 브런치 작가이자 곧 첫 책이 출간될 예정. 브런치 작가의 활동 팁도 이만큼 나누었다. 77종의 책을 만든 15년 차 편집자의 열정과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촉을 배운 시간. 내년 출간될 책을 함께 만드는 고수리 작가와 이지은 편집자 콤비! 우리가 만드는 책에도 베스트셀러의 기운이 깃들기를 바라며.



‘에디터리’ 이지은 편집자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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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의 강의 촬영 끝


세종사이버대학교 첫 학기, 수필쉽게쓰기 13번의 강의를 마쳤다. 카메라 앞에서 말하기는 가장 어렵고 버거운 올해의 미션이었다. 75분 동안 카메라 앞에서 혼자 강의할 수 있을까. 75분 동안 가르칠 내용을 준비할 수 있을까. 13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과연 적응이 될까. 세 번째 촬영까지만 해도 잔뜩 긴장하고 버벅거리던 강의였는데, 이후로는 늘 넘치는 분량으로 의욕과다 교수님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그만큼 가르쳐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고 학생들이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함께 작업했던 교안담당 다은님, 우영피디님, 다른 선생님들 모두 고맙습니다. 덕분에 생애 첫 학기 강의 무사히 마쳤답니다. 마지막 인사 전하는데 울컥했지 뭐예요. 이렇게 경험하고 배우며 조금씩 나아지는 거겠지요. 아무튼 오늘은 기념할 만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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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마음, 지켜보는 마음


대학시절 은사님을 모시고 진부책방에 다녀왔다. 나의 스무 살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던 교수님이셨다. 그간 열심히 지은 책에 이름도 적어 선물드리고, 오늘 같은 날 꼭 사고 싶었던 시집들도 골라 사 왔다.


"교수님도 가르치는 일이 힘든 적 있으셨나요?" 생애 첫 학기를 보내면서 너무 바쁘고 어렵고 힘들다 투정 어린 엄살을 말했더니, "그럼, 녀석아. 교수 일이 제일 힘들지. 너무 많이 가르치려고 욕심부리면 너도 힘들고 학생들도 힘들어. 가르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켜보는 일도 중요해."라며 웃으신다.


따뜻한 커피 마시면서 창으로 쏟아지는 가을 햇볕을 쬐다가 "꼭 학교 느티 같구나."라는 은사님 말에 "맞아요. 꼭 그때 같아요. 이맘때 느티가 참 좋았는데요." 고갤 끄덕였다. 그게 벌써 열여섯 해 전이고, 그런데도 너무 선명해서, 열여섯 해 후에 나도 별로 변한 것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와 달라진 게 있다면 어른의 마음을 알게 된 것. 열심히 씩씩하게 사는 어린 사람을 바라보는 어른의 마음은 참으로 크고 따뜻했다는 것, 그 시절 어린 나를 멀리서 지켜봐 주던 어른들이 참 고마웠다는 걸 지금의 내가 꼭 같은 마음을 느끼며 깨닫는다. 살다 보면 인연도 계절 같다. 어김없이 돌아오고 마주치면 신기하고, 헤어진 대도 안녕을 빌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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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편의 에세이 중간과제 채점 (feat. 사랑하는 나의 학우들)


틈틈이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창과 라이브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제작 강의 말고도 잔디 채팅과 줌으로 학우들과 소통하는 일이다. 솔직히는 그간 '교수님'이라는 호칭과 역할이 맞지 않는 옷 같았다. 잘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 의심하며 자신감이 없었는데,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내가 교수가 된 이유에 확신이 생겼다.


내 수업에는 시각장애인이 일곱 명이다. 보이지 않지만 도움을 받아 강의를 듣고 열심히 성실히 에세이를 쓴다. 신장투석을 받으며 익숙지 않은 컴퓨터로 띄어쓰기가 엉망인 (띄어쓰기를 누르는 것조차 어려우실 것이다) 2000자 분량 에세이를 워드로 보낸 일흔넷 할아버지가 있고, 이번 학기 초 암이 재발된 걸 발견했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며 공부하겠다는 할머니가 있다. 가장이 되어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새벽에 글 쓰는 엄마가 있고, 생업에 종사하면서 틈틈이 수업을 챙겨 듣는 자영업자들이 있고, 해외에서 공부하는 교민들이 있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며 작가를 꿈꾸는 청춘들이 있다. 교사도 간호사도 형사도 개발자도 발레리노도 있다.


중간고사 과제로 자유주제 에세이를 냈다. 그리고 아흔네 명의 에세이를 읽고 채점했다. 채점하다가 정말 몇 번이나 찡했는지 모르겠다. 나도 교수가 처음이라 강의가 서툴지만, 서툴게라도 전하려던 진심을 받았던 걸까. 세상에 이런 삶이 또 어디 있을까 싶은 이야기들이 학우들의 에세이 과제로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이런 삶들을 발견하고 읽고 보듬는 일은 누구보다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교수가 된 이유가 이거였구나 싶었다. 정말이지 삶이 뜨겁다. 글이 뜨겁다. 배움이 뜨겁다. 마지막으로 일흔넷 할아버지의 문장을 여기 옮긴다.


과연 내가 4년동안 해낼수있을까하는 의구심때문에 밤잠을 설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그러나 주말을 이용하여 학과교수님의 강의를 들을때면 또다시용기가 발동하고있다.언제 내가 대학교수님의강의를 들어볼수 있었단말인가. 한편으로는 행복하다는 생각이든다.

시험은 언제보아도 어렵고 난해하다.내가 아무리 열심히 하다해도 한계가 있을것이다. 시험에 좋은 점수를 기대하고있지않지만 그러나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내가 설정한 목표인 졸업까지 마치고싶다.아니 꼭마쳐야한다.

태어난지 74년이란 결코 짧지않은 인생살이를 해왔다.남는것은 무엇이요.가지고 갈것은 무엇인가.아무것도 없다. 인생의 후반부에서내자신과의싸움,사회봉사단체의 헌신적노력.늦깎기 대학공부가 마지막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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