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가을은 출간 후 행사들, 작업과 수업들로 그야말로 눈 감았다 뜨니 지나가 버렸어요. 북토크와 책상전에 찾아와 만난 독자들. 글쓰기 수업에 찾아왔다가 꾸준히 글 쓰며 삶이 달라진 학인들을 만나 정말이지 신기하고 아름다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한편, 창밖에 가을을 보면서도 나가지 못하고 노트북을 보던 하루, 아픈 아이들 돌보다가 잠을 이기며 작업하다가 기어코 울어버린 새벽도 많았지요.
제 쓸모를 다해봤기에 기쁨도 슬픔도 고스란히 느껴본 가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기쁨이 더 컸습니다. 마음에도 귀소본능이 있어 모르는 새 저에게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지요. 돌봐야할 존재들, 지켜야할 마음들에 책임과 정성을 다하는, 진정 마음 쓰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요.
마음을 쓸수록 닮은 마음들이 나에게 온다. 어울리는 독자를 잘 찾아간 마음이 다시 나를 찾아 돌아온다. 작고 조용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나에게 돌아와 마음을 다해 쓰라고 다시 붙잡아준다. 책뿐 아니라 마음에도 귀소본능이 있다. 결국, 글을 쓴다는 건 마음을 쓰는 일이라고. 나는 계속 쓰면서 실감한다. - <마음 쓰는 밤> 중에서
10월, 작업책방씀 작가의 책상전 기록
망원동 작은 책방, 나 하나 책상에 앉아있을 뿐인데, 마주 앉는 이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바뀌었다. 수년 전 책과 글로 만나보았던 사람들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그림책을 잔뜩 가져와 총총한 눈빛으로 펼쳐 읽어주던 사람은 오늘 57번째 뉴스레터를 발송했다. 반짝이는 일상과 전시와 책과 노래를 주워서 계속 쓰겠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큰 병을 만나 읽고 쓰며 어두운 시기를 통과한 사람은 오래 잊고 지냈던 피아노를 다시 시작했다. 자기 자신을 돌보기 위해 계속 읽고 쓰겠다고 한다.
두 아이를 키우며 너무 간절해서 읽고 쓰던 사람은, 계속 썼다. 계속 쓰다가 첫 책을 냈다. 여전히 계속 글 쓰고 싶다고 말한다. 아픈 아이를 돌보면서도 꿋꿋하게 자기 일을 해내며 살아온 사람은, 타인의 삶까지 확장하는 글을 쓰는 뷰파인더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 도서관에서 우달빛을 읽은 후로 작가의 책을 따라 읽던 사람은 대학교 3학년이 되었다. 그는 자신을 바꾼 책처럼 '단 한 사람의 결핍이라도 발견하고 돌보는' 윤리 교사가 되겠다고 한다.
스물네 살 발레리노 학우는 2년째 지난한 재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글쓰기를 만났고 나의 첫 제자가 되었다. <마음 쓰는 밤>에서 '너는 아름답단다' 글을 읽다가 10년 후 자신에게 편지를 썼다고 했다. 초조하겠지만 발맘발맘 걸어가자고. "10년 후에 읽어보면 자신이 참 아름다울 거예요." 말해주었다.
입시 과외하며 스스로 돈 벌어 자취하는 열일곱 살 독자는, 16시간 연습실에서 일렉기타 치다가 하루 쉬는 날 작가님 본다며 짱 예쁘게 차려 입고 왔다. 기타로 원하는 대학들 실기 1차 모두 합격했고 면접 잘 봐서 내년엔 대학생이 되겠다고 한다. 내가 쓴 책들이 다 자기 인생책이라고, 인생의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웃는다.
미래의 윤리교사와 발레리노와 기타리스트, 젊은이들에게 내가 좋은 어른이 되어 줄 테니 살다가 막막할 땐 언제든 찾아오라고, 다 괜찮을 거라고 꽈악 안아주었다.
환갑 훌쩍 넘었지만 여섯 살 아이 같은 얼굴로 너무 열심히 글 쓰던, 무구한 글로 매일 나 울리던 학우는 용기 내어 이런 멋진 책방에 와봤다며 웃었다. 책방 선생님들과 나눠 드시라며 샤인 머스캣 두 박스를 망원시장에서 사주고 가셨다. 언제 헤어질지 모르니 사랑을 미루지 말라던 글을 쓴 이었다. 새벽에 동그란 포도알 하나씩 따 먹으며 중간 과제 에세이 채점하는데.
앞으로 5년만 더 글 써 보시겠다던 75살 정 선생님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노라고 걱정 반 희망 반이라고 연락 오셨다. "선생님, 걱정은 말고 희망만 품고 계속 쓰셔요." 말씀드렸다. 선생님의 여든은 어떤 모습일까. 나도 5년은 선생님처럼 열심히 쓰고 싶다.
우리가 만나본 건 글쓰기 수업과 가끔 주고받던 메시지가 전부지만, 나는 마주 앉은 이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모두 안다. 수년 동안 천천히 이야기를 들어왔다.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나의 대답들 책에 담아서 한 권 한 권 더디게 썼다.
책 잘 읽었다고. 책들을 따라 읽던 사람들이 이제는 무언가 하고 싶다고, 무언가 되고 싶다고 나에게 말한다. 그 얼굴들이 하나같이 활짝 웃고 있었다. 그 얼굴들의 미래를 이미 다 아는 사람처럼 나는 마주 웃었다. 아주 활짝 웃을 수 있었다. 나에게 돌아온 사람들이, 나에게 스민 삶들이 아름다웠다. 글들이 찡한가, 만나본 얼굴들이 찡한가. 잠들지 못하고 내 마음이 찌잉 울어서 밝아오는 아침이 맑아 보였다.
11월, 마지막 마음 쓰는 밤들
11월 16일부터 3주간, 안식기를 보내려고 해요. <마음 쓰는 밤> 책으로 만나는 마지막 글쓰기 모임과 북토크 안내 드립니다. 앞으로의 긴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해 쬐는 햇볕처럼, 우리 만나게 된다면 글 쓰며 따스한 마음을 나눠요.
1. 이어진라운지 <마음 쓰는 밤> 소규모 글쓰기 모임
내 안의 이야기들을 글로써 잘 기록해보면 부유하던 생각과 감정들이 차분히 정리될 때가 있습니다. 여러 해 동안 "마음쓰는 밤" , "고유한 에세이" , "책과 펜과 밤과 마음" 등의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글로 잘 꺼내놓을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했던 고수리작가님이 얼마 전 『마음쓰는 밤』 책을 새롭게 출간했어요. 이 책 속에 담긴 글에 대한 진심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일시 : 11월 9일(수) 저녁 7시.
장소 : 이어진라운지
이끔 : 어진
인원 : 최대 12명
회비 : 3만원(커피와 다과 제공)
고수리작가님과 함께 『마음쓰는 밤』 안의 좋은 글들도 함께 읽고, 따스한 분위기에서 글쓰기 시간을 가집니다. 함께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DM으로 문의주시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모두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누구에게나 죽을 것 같은 날들이 있고, 또 누구에게나 위로를 건네주고 싶은 선한 순간들이 있다. 외딴 방에서, 미용실에서, 텅 빈 거리에서, 어느 새벽 눈이 내리는 거리 한가운데서.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는 이름 모를 당신에게 나의 온기를 나눠주고 싶다. 바람이 불고 밤이 오고 눈이 내리는 것처럼 자연스런 위로를 건네고 싶다.” -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中에서 –
2021년 봄이었어요. 브런치 대상 수상작 에세이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읽고서, 책방지기는 단숨에 고수리 작가님 팬이 되었어요. 그리고 언젠가 책방지기도 이렇게 따뜻하고 담담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진짜 위로가 되는 글을 자아낼 수 있길 꿈꾸게 되었죠. ‘책들의 부엌’에 고수리 작가님의 책이 등장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랍니다.
고수리 작가님은 지난 5년간 1,000여 명의 학우를 글쓰기의 세계로 안내했어요. 그런 작가님을 모시고 책방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랍니다. 북토크와 작은 글쓰기 수업을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한 건데요. 1부로 고수리 작가님과 함께 신간 ‘마음 쓰는 밤’에 대한 책 이야기와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나누고, 2부로 자유롭게 글을 써보는 시간까지 가져볼 예정이랍니다. 3부로 신간 사인회 시간도 가질 거고요. 글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글쓰기 강사 고수에게 글쓰기를 직접 배워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고수리 작가 북토크 (feat. 작은 글쓰기 수업)
□ 일시 : 2022. 11. 12 토요일 1PM~3PM
□ 정원 : 20명
□ 참가비 : 2만원 (음료 1잔 포함, 주차 3시간 지원)
□ 참가신청: 비밀 댓글로 이름/연락처 남겨주시면 입금하실 계좌정보와 더불어 세부 안내드립니다. 책방에 오셔서 카드 결제하시거나 전화로 신청도 가능합니다. (031.308.0530) 참가 신청시 글쓰기 관련 고민 등에 관한 사전 질의 받아요.
『마음 쓰는 밤』 고수리 작가 x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봉현 작가 듀엣 북토크.성실하고 다정한 동갑내기 작가, 고수리와 봉현의 비슷하고도 다른 글 쓰며 사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고수리 작가가 새 산문집 <마음 쓰는 밤>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느덧 11년 차 작가가 된 그는 이번 책에서 '쓰는 사람'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부터 글쓰기 안내자가 되어 만난 학우들과의 이야기까지.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방법이 된 글쓰기라는 내밀한 세계를 열어 보입니다. ⠀
오는 15(화), 땡스북스에서는 <마음 쓰는 밤>을 쓴 고수리 작가와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를 쓴 봉현 작가의 듀엣 북토크가 열립니다.
나만의 루틴을 지키며 불안하고 힘든 날도 훌훌 털고 일어날 회복탄력성을 키워간 9년 차 프리랜서의 일상을 전한 봉현 작가. 오랜 시간 자기를 지키며 단단한 일상을 꾸려온 동갑내기 두 작가가 만나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가을밤 함께 이야기 나누고픈 분들의 참여 기다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