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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Jan 30. 2023

글쓰기 첫 단어는 용기, 오늘도 열심히 쓴다

[브릿지경제]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고수리 작가 인터뷰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글밥' 먹고 사는 고수리 작가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 ‘마음 쓰는 밤’ 저자이자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2023년 1월 30일, 오늘자 브릿지경제 메인에 동그라미 제 얼굴이 동동 떠 있습니다. '[비바100]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기획 기사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최현주 기자님 감사하빈다. 엄마와 작가와 교수로 살아가는 저의 '열정'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한 번 읽어보세요. 세사대 학우들을 향한 저의 찐한 애정도 담겨 있답니다! 글 쓰는 사람에겐 성공 아닌 성장이 있다고 믿어요 :)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으로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게 됐지만 모두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브런치에서 에세이를 연재하던 것이 기회가 돼 지금까지 책을 쓰는 작가가 된 사람이 있다.


고수리 작가가 그 주인공. 고수리 작가는 브런치북 프로젝트 1회에서 2000:1의 경쟁률을 뚫은 금상 수상자이다. KBS 인간극장 작가로 일한 바 있으며 동아일보 칼럼 ‘관계의 재발견’과 애니메이션 ‘토닥토닥 꼬모’ 시나리오,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 ‘마음 쓰는 밤’ 등을 냈다. 일곱 살 쌍둥이 형제의 엄마로 육아도 하고 있다.

지금은 에세이를 비롯해 다양한 글을 쓰면서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 지도도 한다. 고수리 작가는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한다. 고수리 작가에게 12년 차 작가의 삶을 들었다.



◇열정의 원동력은 진정성 


“글 써서 밥을 먹고 삶을 산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카피든 전부, 쓴다. 내 삶에서 글감을 찾고 글을 쓰고 글밥을 먹고 다시 삶을 산다. 내가 하는 일의 동력은 진정성이다. 글 써서 버는 돈은 떳떳하고 싶다. 글 써서 모은 사유와 돈과 마음은 나에겐 티끝만큼도 부끄럽지 않은 최선의 몫이므로. 원고료를 받은 날에는 정성스럽게 집밥을 차린다.”


고수리 작가는 열정적으로 일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서.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쓴다.


고수리 작가는 대단한 사람이 되려고 글 쓰는 것이 아니며 책을 내기 위해서도 아니라고 했다. 다만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자기답게 만들어줘서, 조금이나마 선의를 나눌 수 있는 일이라서, 재밌어서 좋아서 쓰다 보니 10년 넘게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고수리 작가는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통해 방송작가로 일한 경험도 있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방송작가 일을 하면서 남녀노소 두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야말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뤘어요. 그때 나에게만 골몰했던 글 쓰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지게 됐어요. 지금 쓰는 글은 방송작가 경험으로 다녀진 시선이에요.” 그는 출연자들처럼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이 생겨서 글을 썼다. 이후 독자와 출간 제안이 생겨났고, 지금까지 작가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글쓰기 지속 비결은 독자


고수리 작가는 글쓰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독자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쓰면서 독자들의 응답을 만날 때, 꾸준히 쓸 힘을 얻기에 독자의 숫자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읽고 진심으로 감응해줄 몇 명의 독자라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내밀하고 속깊은 대화 같죠.”


그는 작가 뿐 아니라 세종 사이버 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가르치는 일은 힘든 것 보다 행복이 더 컸다.


“행복이 더 커서 힘든 일은 다 잊어버리고 말아요. 사이버 대학교 특성상 뒤늦게 공부하는 늦깍이 학생들이 많은데 학구열이 정말 뜨겁고 간절하죠.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라이브로 강의를 해요. 내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 뻘 학우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비디오 오디오를 켜고 너무 뜨겁게 공부하는데 정작 교수가 가장 어려서 정신 바짝 차리고 나도 뜨겁게 가르쳐야 해요. 단시간에 좋아지는 학우들 글 읽으며, 브런치 작가 승인 소식 주고받으며, 살아온 이야기 나누며 너무 좋아서 가슴께가 뻐근하죠”


“학우님들 가르칠 때 생각해요. 배움과 대화에 시간 장소 나이 세대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죠. 글쓰기 수업은 그냥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는 이야기 쓰고 나누고 배우고 대화하는 시간이에요”


고수리 작가는 대학교 강의를 포함해 6년 동안 글쓰기 수업에서 1000여 명의 학우들을 만났다. 그가 가르친 글쓰기 수업으로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작가지망생들이 브런치 작가가 되거나 지면에 글을 싣고 에세이스트가 되기도 했다. 책을 출간한 작가도 여럿이고, 책을 출간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고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작가가 되어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뿌듯하다고 했다. 계속 쓰는 사람은 글도 삶도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고.


“예술의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주고 받아요. 삶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부풀리고,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죠”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하며 모은 글쓰는 시간


고 작가는 쌍둥이 형제를 키우는 엄마 작가이기도 하다. 육아, 살림, 글쓰기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자신만의 루틴을 소개했다.


“오래 쓰려면 반드시 루틴이 필요합니다. 저는 첫 책을 내고 이듬해 아들 쌍둥이를 출산했는데요. 엄마가 된 것도 처음인데, 갓난아기를 둘이나 돌보려니 정말이지 글 쓸 시간이 너무 없었어요. 처음에는 아기들 자면 무조건 밤새워서라도 글을 썼어요. 너무너무 간절했거든요. 그런데 결국 탈이 나더라고요. 다행히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고부터는 작업 루틴을 만들 수 있었어요”


“평소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편이죠. 하절기에는 6시, 동절기는 7시쯤 해의 시간에 맞춰 일어나 자유로운 독서와 글쓰기 리추얼을 해요. 8시쯤 가족들이 일어나면 간단한 아침식사와 아이들 등원 준비를 하고, 9시 반쯤 가족들 출근과 등원이 완료되죠. 서둘러 집 정리를 하고 챙겨야 할 가족이나 생활 관련 업무, SNS 업무들을 해요.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고 11시쯤 집을 나섭니다. 일부러 20~30분쯤 걸을 수 있는 조금 먼 카페에 가서 작업을 시작해요. 그러면 평균 4~5시간 작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5시 이후로는 아이들을 챙기고 함께 시간을 보내요”


고 작가는 대학 수업과 글쓰기 강의가 있는 날에는 그 시간들을 쪼개어 쓰고, 일할 시간이 부족할 때는 예술인돌봄센터에 아이들을 맡기고 밤 9시까지 일하기도 한다. 언제나 시간이 빠듯한 엄마작가다 보니, 틈틈이 작업하고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대체로 밥 짓고, 청소하고, 아이들 돌보고, 읽고, 쓰고, 가르치는 생활을 규칙적으로 한다.


고 작가에게 성공이란 어떤 의미냐는 물음에 “나는 성공 아닌 성장하며 걸어가는 사람인 것 같다. 성공과 실패로 나뉘어지는 두 갈래 길을 골라 걷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하고 경험하고 변화하면서 마치 지문처럼 내가 갈 길을 만들어 걸어가는 사람같다”고 말했다. 고 작가는 지난날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작은 실패들도 돌아보았을 때 지금의 나를 위해 반드시 경험해야만 했던 필연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글쓰기의 첫 단어가 ‘용기’라면 마지막 단어는 ‘계속’이라고 생각한다. 용기와 계속을 연결하는 유일한 단어는 ‘다시’.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하고 계속한다. 계속하면 나아질 수밖에 없다. 계속하다 보니 나만이 알 수 있는 변화, 나는 그게 성장 같다. 성장했다 느꼈을 때 가장 기쁘다”

            


 ◇어둠속에 빛을 주는 작가


앞으로도 고 작가는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에세이 외에도 다른 장르의 글 작업도 하고 있다. 그림책 구성 작업과 작사 작업, 또 좋은 산문을 골라 엮는 작업도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보편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내가 쓰는 글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까지나 쉽고 보편적이어서, 그러나 아름다워서 사람들 가까이에 이야기처럼 머물렀으면 좋겠다. 그래서 살아갈 힘을 준다면 좋겠다”


“힘내라는 위로가 반드시 긍정적이고 힘찬 것만은 아니니까. 오히려 담담하고 슬프고 뭉클한 이야기에서도 사람들은 따뜻하다 느낀다. 온기는 추울 때 느끼고 추울수록 간절해진다. 빛은 어둠 속에서 존재하고 어두울수록 밝게 빛난다. 나는 빛을 만들고픈 작가니까 어둠을 잊지 말아야지. 돌아보면 첫 책의 제목이었던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는 작가인 내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하고 싶었던 말이었던 것 같다”


고 작가의 꿈은 밤하늘에 뜬 달처럼 어둠 속에 빛을 주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평생 글 쓰며 사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며 할머니가 되었을 땐 혼자 있는 어린이를 위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고 작가는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고 작가는 단지 책이 되는 글이 아니어도 괜찮고 일기나 편지, SNS 글쓰기여도 괜찮다고 당부했다.


“글쓰기는 자기 자신과 만나보는 일과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느끼며 사는지, 어떤 취향과 어떤 소망을 품고 사는지. 자기 자신이라는 세계의 전문가가 되려면 글쓰기만큼 탁월한 도구는 없다고 생각한다. 쓰면 쓸수록 내가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 내 삶을 구체적이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


최현주 기자 hyunjoo22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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