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작가의 어떤 밤
세종사이버대학교 [에세이 창작의 이해] 여섯 번의 첨삭 강의를 마쳤다. 밤 아홉 시, 마지막 강의 앞두고 아이들 돌봄을 맡길 데가 없었다. 도연도 회사에서 밤샘 작업을 해야 했고, 내가 안방에서 수업하는 두 시간 동안 서안지안이 자기들끼리만 거실에 있기 너무 무섭다고 울먹였다. 고민하다가 그냥 솔직하게 부탁하기로 했다. 엄마가 간식도 주고, 설거지도 다 하고, 청소도 다 하고, 씻고 나오면 로션도 다 발라주고, 이불도 다 펴둘 테니까. 만반의 준비 끝에 우리 이렇게 한 번 시도해 보자고.
아이들에겐 "엄마는 거실에서 너희랑 같이 있을 거야. 그치만 엄마는 교수님 수업을 해야 해. 열심히 공부하려는 어른들이 있거든. 그래서 너희가 도와줬으면 좋겠어. 하나, 너희는 거실에서 조용히 하고픈 일을 하기. 둘, 엄마가 수업 중에는 대답하기 어려우니까 급한 도움이 필요하면 속삭이기. 셋, 화장실은 문 닫고 사용하기. 수업하는데 화장실 소리가 들리면 부끄러울 테니까."
학우들에겐 "오늘 돌봄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인데요. 아이들끼리만 있는 걸 무서워해서요. 아이들 지켜보면서 거실에서 같이 수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학우님들 수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세자세 일러주었어요. 어린이들도 이런 경험을 해봐야 엄마가 일하는 걸 이해할 테고, 우리도 한때는 어린이였으니까요. 간혹 아이들 소리가 나거나 제 손길이 필요할 때는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거실에서 다 함께 줌 수업을 했다. 아이들도 학우들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었다. 대견하게도, 아이들은 까치발을 들고 다니거나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진지하게 첨삭 수업 중인 나를 코앞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몇 번 웃음이 터지긴 했지만. 그러다가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무사히 수업을 마치고 방문을 열어보니 지구본 조명을 켜둔 채 자기들끼리 잠들어 있었다. 뭉클. 아직 엄마 없는 거실이 무서운 어린이들도 늦은 시간에 뒤늦은 공부를 하는 어른들도, 침착하려 애쓰며 돌보고 가르치려 노력하는 나도. 누구 하나 배제하지 않고 이해와 배려가 깃든 두 시간을 보냈다.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조용한 거실에서 이상하게 먹먹한 마음을 곱씹었다. 기쁨도 슬픔도 아닌, 어떠한 감동에 순한 눈물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한 뼘 자란다는 걸 목도하는 마음은 실은 이런 걸까. 분명 천사들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