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수리 Nov 25. 2015

수요일의 두 손, 너에게

걱정 말아라. 넌 아주 아름답단다.

사라질까요.

지금 그리고 있는 미래도.

아주 오래 전 매일을 꾸었던 꿈처럼.


잊혀질까요.

작은 두 손가락에 걸어두었던 간절했던 약속처럼.


사랑했었던 것들이 자꾸 사라지는 일들은,

그 언젠가엔 무뎌지기도 하나요.


난 아직 그대로인데,

내게 닿는 시선들은 변한 것 같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하죠.


걱정 말아라.

너의 세상은 아주 강하게 널 감싸 안고 있단다.


나는 안단다.

그대로인 것 같아도 아주 조금씩 넌 나아가고 있단다.


캄캄한 우주 속에서 빛나는 별들을 찾아서

눈을 깜빡이는 넌, 아주 아름답단다.


수많은 망설임 끝에 내딛은 걸음에

잡아준 두 손을 기억할게요.


- 스웨덴세탁소 <두 손, 너에게>



요즘 제가 자주 듣는 노래,

스웨덴 세탁소의 <두 손, 너에게> 가사입니다.


사랑하는 것들이 자꾸만 사라지는 일들,

난 아직 그대로인데 변한 것 같은 시선들.

세상이 두려운 여자아이에게 최백호 아저씨가 말합니다.


걱정 말아라.

넌 아주 아름답단다.


선뜻 세상에 발자국을 내딛기가 두려운 딸에게,

다정하게 다독이는 아빠의 목소리 같습니다.


요즘 이상하게 이 노래를 자주 들었어요.

그리고 가사를 가만히 읊조리곤 했죠.


캄캄한 우주 속에서 빛나는 별들을 찾아서

눈을 깜빡이는 넌, 아주 아름답단다.


두려운 마음도 차분히, 왠지 안심이 되더랍니다.

저는 이 노래 같은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엊그제는 첫눈출판사와 출판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제 글을 책으로 만들기로 했어요. 아마도 저는 '눈'과 인연이 많은가 봅니다.


몇 달 전부터 제 글을 진지하게 읽어주시고.

첫 만남 땐, 제 글들에 관해 메모와 감상까지 적어오신 편집자가 계세요. 제 글을 이렇게나 소중하게 대해주시다니 작가 입장에서 뭉클했습니다.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몇 시간이 훌쩍 넘어갔습니다.


아주 좋은 예감이 들었어요.

이런 편집자님과 함께라면 저의 첫 책이 무척 따뜻하고도 예쁠 것 같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원고 작업에 들어가면서,

열심히 활동했던 브런치 활동이 조금은 뜸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열심히 글을 쓸고 있을 테니 이해해주세요 :)


빠르면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겨울,

늦어도 꽃피는 봄이면 제 책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 새하얀 종이에 눌러쓴 손편지 같은 글들로 여러분을 찾아뵐게요.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가장 감사드립니다.

한 분 한 분, 손을 내밀어 잡아드리고 싶네요.   


브런치에 첫 글을 쓸 때, 저는 엄마를 위로하던 하얀 눈처럼 담백하고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마음가짐 꼭꼭 간직하고, 하얀 눈같은 글을 써볼게요.


오늘 어딘가에는 첫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로 에세이 작가가 되었어요.

벅차고 행복합니다. 모두 따뜻한 밤 지내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목요일의 라면 한 그릇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