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밀당의 귀재

백수면 일하고 싶고 일하면 백수가 되고 싶은 마법

by 달기

출근과 동시에, 아니 출근을 하러 문 밖을 나서면서 퇴근을 하고 싶은 직딩이 나만 있는 건 아닐 것이라 믿는다. 더구나 이렇게 긴 연휴를 보내고 나면 연휴의 마지막쯤부터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도대체 얼마나 쉬면 아,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 일하러 가볼까-라는 마음이 생길까. 아니 애초에 이런 생각 자체가 오류는 아닐까.


도대체 내가 먹어봐야 얼마나 먹는다고 그놈의 먹고사니즘을 위해 이렇게 꾸역꾸역 매일 아침 끌려나가고 돌아오고 달력을 쳐다보며 다음 빨간 날을 뒤적거리는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일까. 로또 1등 되면 회사를 때려치울 수 있나, 아니 요즘은 강남 아파트 한 채도 못 사서 다녀야 한다던데, 아니 그렇다고 회사를 평생 다녀도 어차피 강남은커녕 서울 아파트 한 채 사기는 글러먹은 것 아닌가-라는 세상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며 도착한 곳은 결국 회사.


그렇데 참 아이러니한 것이 돈만 있으면 놀고먹을 것 같은데 또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막상 은퇴한 아빠를 보면 조금이라도 더 일을 해볼까 싶어서 근질근질. 이제 그만하면 쉬어도 되잖아-라고 하면 사람이 일을 쉬면 늙는단다. 나는 일을 하느라 늙는 기분인데. 대체 놀아도 되는 사람은 왜 일이 하고 싶고 일 해야 하는 사람은 놀고 싶은 것인가.


언젠가 나도 일을 하고 싶어 지는 날이 올까. 아직은 때가 아닌 걸까. 사실 버릇처럼 놀고먹고 싶다고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인간임을 나도 안다. 단순히 목구멍에 풀칠을 해야 한다는 생계의 문제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한 그 느낌. 이대로 잉여인간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공부를 하겠다고 뛰어들었을 때가 있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었음에도 이대로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은 사회 초년생이 되기 위해 버둥거리던 때와는 또 다른 크기로 다가왔었다. 그때 다시 일을 하게 된다면 열심히 불태워야지-라고 했지만 딱히 얼마 가지는 못했다는 겸연쩍은 이야기.


일은 하고 싶지만 일은 하기 싫은 이 마음. 누가 알랑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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