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관 선택, 어디로 보낼 것인가

어린이집 vs 놀이학교

by 달기

요즘이야 돌이면 가고 빠르면 그 전에도 간다는 어린이집을 가지만 우리 집 아가는 팔자가 늘어진 덕분에 28개월이 다 되도록 백수 라이프를 즐겼다. 36개월까지 애착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런 철학보다는 인생에서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초 절정 한량 짓을 할 시기가 이때밖에 없으니 즐겨라-라는 것뿐이다. 나조차 끝날 길이 보이지 않는 (잘리면 끝나지만 안 된다!!) 이 사회생활.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유치원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일터로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고 지겹게 해야 할 이 생활을 굳이..? 란 생각을 하는 부모와 감사하게도 그럴 수 있는 환경 덕분에 우리 아가는 남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집안의 상전으로 휘젓고 다니는 태평성대를 누리고 계셨다.



하지만 24개월이 넘어가면서 내 생각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놀이터를 가도 친구라고는 없는 현실에서 집 안에서 혼자만 노는 아이는 심심함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친구가 없어서 심심하다는 건아직 모른다고 하지만 집에서 보육하기에는 정말 한계가 보였다. 놀이 수업의 힘을 빌려도 고작 30분. 끊임없이 무언가를 살 수도 없는 일이고 프로그램을 짜서 운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코로나도 키즈카페도 함부로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겨울 날씨는 더 밉상이었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은 이것도 배운다더라, 사회성이 생기고 눈치가 생긴다더라 등의 이야기는 나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심심한 아이의 짜증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에 내가 맞나 갈등이 되기 시작했다.



결국 뒤늦게 어린이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너무나 보내고 싶었던 아파트 1층의 국공립 유치원은 맞벌이 한 자녀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대기번호를 받았다. 인구 감소라면서 왜 때문이죠..? 다행히 당장은 어렵고 3월 입소가 가능하다는 어린이집들이 있었는데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도 관건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입소 대기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지 않으면 상담도 어려웠다. 기다린 끝에 몇 군데 방문 상담을 했고 설명을 듣다 보면 다들 괜찮아 보였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어디가 좋아?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가장 가까운 곳을 보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아이가 걸어갈 수 있을만한 곳이 없었다. 이럴 바에 등 하원도 일이니 차라도 운영하는 곳에 보내기로 했다.



결정을 해놓고도 싱숭생숭하던 차에 갑자기 놀이학교가 생각났다. 왜 생각조차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밤 8시에 생각이 나서 상담 신청을 남겼고 놀랍게도 연락이 왔다. 너무 당연히 대기가 길죠?라고 했는데 결원이 발생해서 딱 한 자리가 있다고 했다. 30분 넘게 전화 상담을 하고 남편과 상의를 한 끝에 방문조차 하지 않고 급한 마음에 우선 입학금을 냈다. 가보고 정 아니면 입학금을 날리기로 했지만 조바심은 났다.



설 연휴가 끝나고 남편과 놀이학교에 방문을 했고 우리는 나오면서 이곳에 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우리가 이곳을 선택한 것은 어린이집이 좋다, 놀이학교가 좋다의 관점이 아니라 원장님의 교육철학 때문이었다. 이전의 어린이집 원장님들도 좋은 분들이었고 그것이 오랜 시간 학부모를 상대하면서 나온 화술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감을 믿기로 했다.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앉아서 하는 학습보다 신체활동이 중요하다고 하는 점, 책이 중요하다고 하는 점, 먹거리에 대한 자부심 등 어쩌면 뻔한 이야기지만 그 말을 좀 더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첫 전화 상담에서 일부러 "영어 수업이 있나요?" 했을 때 "있기는 한데 그거보다 중요한 건 한글 책이랑 친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하는 말에 사실 이미 마음이 기울었는지도 모르겠다. 맞다 틀리다는 없지만 적어도 나와 남편이 생각하는 방향과는 일치하니 되었다는 느낌.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내가 수업을 볼 수도 없고 비교를 할 수도 없으니 이제 남은 것은 그저 믿고 아이가 잘 다녀주길 바라는 것뿐이다. 난생처음 하는 기관 생활이 과연 무탈할까 걱정도 되지만 남들도 하는 거니까 잘해주겠지 하는 마음.

그리고 다달이 들어갈 원비 앞에 가계부 점검. 아무래도 놀이학교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조이고 저축을 줄여야 한다. 어릴 때 이 돈을 쓰는 게 맞는가 고민도 했지만 어린 시절 행복하게 잘 놀 수 있다면 눈 딱 감고 투자해보기로 했다. 솔직히 비싸니까 좀 더 잘 놀아주겠지-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말도 못 하는 아이가 무언가 배워올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인생의 첫 사회생활이 조금 더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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