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에 놀러 온 나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각에 엄마를 따라나섰다. 삼십 년 가까이 환경미화원 일을 하신 엄마는 이 새벽이 익숙하다.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어서 일하는 곳에 도착했다. 현광 색 옷을 입으시고 빗자루와 주황색 쓰레받기 들고 일을 시작하신다. 나도 손에 장갑을 끼고,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엄마를 따라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이른 새벽 길거리에서 내가 마주한 풍경들에는 가로수 밑에 초췌한 모습의 노숙자가 신문을 이불 삼아 움츠리고 자는 모습이 보인다. 신문 밖으로 나온 굳은살 가득한 두 발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마다 남루한 차림에 가방을 짊어진 남성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하는 그분들은 차를 기다리는 노동자들이었다. 저분들 중에 어떤 분들은 차에 오를 것이고 어떤 분은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나는 그분들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를 말없이 쓸어 담았다.
길거리에는 술에 취하긴 했지만, 생기발랄한 젊은이들도 보이고, 길게 늘어선 택시들도 많다. 우유를 배달하시는 아저씨는 자신의 키보다 높게 쌓아 올린 우유 바구니들을 조심스레 끌고 가는 모습에서 활기찬 모습이 엿보인다.
눈에 담아내고 생각을 하는 사이 내 등엔 땀이 배고 엄마의 빠른 걸음을 쫓아가려니 다리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엄마는 찾길 내려오지 말고 인도만 쓸라고 연신 걱정이시다. 몇 걸음 가시고 나를 돌아보고 또 몇 걸음 가시고 돌아보신다.
가로수 불빛이 하나씩 꺼질 때쯤 일은 마무리가 되었다. 공복에 일을 한다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고, 나는 하루에 만보를 걷기 위해 시간을 내서 뛰고 걷느라 애를 썼는데, 땀나게 일을 한 사이에 만보를 채워졌다.
나는 사무실에 앉아 편하게 일했구나. 땀 흘려 일하는 것이 이런 거였지. 힘들다고 엄살 부리지 말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