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기쁘다_

그 마음이 이쁘다

by 꽃마리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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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집과 1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는 예술의 전당에 앤서니 브라운 전시를 보러 가기 위해 아이들과 지하철을 탔다.

지루해질 즈음 놀거리를 주섬주섬 꺼냈다. 가위바위보 이긴 사람이 진 사람 손에 볼펜으로 그림 그리기. 호준이는 엄마의 오른손에 토토로를 그려주고 다이아 반지도 그려주었다. 우준이는 엄마의 왼손에 낙서를 하고 A, B, C. W까지 써보며 의기양양 나를 바라본다.

한참을 가다가 저 멀리서 나이가 많으신 아저씨가 힘겹게 걷는다. 오른손에 종이컵을 들고 왼손에는 목발을 짚고, 발 길이가 달라서 왼쪽 발이 짧아서 신발의 높이가 차이가 난다. 한 걸음 떼고 또 떼고 가는데 중심을 잡으시느라 한참을 서 계셨다.

호준이가 조용히 내 귀에 얘기한다.


“엄마, 돈 있으면 저 좀 주면 안 돼요?”


부스럭 부스럭 이천 원을 손에 쥐여주었더니, 발 빠르게 종이컵에 넣고 온다.

아저씨를 유심히 바라보던 호준이는


“엄마 우리 지하철 타고 삼십 분 오는 동안 아저씨는 1미터도 못 가시네… 엄마 제 용돈 지금 주시면 안 돼요?”

—할아버지 드릴 거야? 한 달 용돈인데 잘 생각해봐.

“엄마, 여러 번 생각해도 드리고 싶어요.”


한 달치 용돈 만원 한 장을 들고 종이컵에 넣어드린다.

그 마음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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