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속상하다_

어둠을 거둬내자

by 꽃마리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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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의 갤러리를 채우고 있는 사진은 대부분이 아이들 사진과 풍경사진들이다. 아이들 사진을 찍는 것은 즐겁고 보람 있는 일임을 안다. 보는 내내 행복해지니까.

근데 왜? 내 사진은 없을까?

어느 순간 내 사진이 없음을 알았지만, 찍고 싶지 않았다. 내 사진 한 장을 찾아보려고 하니, 3년 전쯤 사진으로 넘어간다. 세상에 이렇게 내 사진이 없는 거야?
왜? 나이 든 모습을 바라보는 게 싫어서? 꾸미지 않는 나를 바라보는 게 싫어서? 내가 언젠가부터 나를 바라보는 게 부담스러워졌나? 싫어졌다? 예쁘지 않다?
곰곰 생각해보니, 정확한 이유를 찾았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다. 앞으로는 내 사진을 자주 찍어줘야겠다!!

한 1년간 나는 어둠을 덮고 다녔다. 검은색 머리, 검은 티셔츠, 검은색 바지, 검은색 신발, 양말, 속옷까지 완벽하게 블랙이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게 편하고 옷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시크한 블랙이 좋았다.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내가 모든 걸 덮어버릴 만큼 나를 어둠 속에 가둬두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나는 괜찮다고...


하나도 안 괜찮았고, 허탈하고, 우울하고, 미움, 자책, 회피. 3년 전의 내 모습은 이러지 않았는데... 잘 웃고, 화도 잘 내지 않고 활기찼었는데... 그때의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라고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미워했다. 지금 모습도 나이고, 예전의 모습도 나이며, 그때의 상황과 환경이 다를 뿐이다.


나는 그때그때 변화하고 있고, 성숙해 가고 있다는 것을.. 그 시간을 묵묵히 보내준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는 검은색 옷은 그만 입고, 우아하게 내 몸에 그리고 나이에 맞는 옷을 입어볼 거야. 화장도 더 정성스럽게 하고, 머리도 매달 미용실을 가서 다듬고, 내려놓았던 귀걸이들을 다시 깨우고, 굵어진 손가락 마디를 탓하며 내려놓았던 반지도 끼워주고, 행복 주름이 많아지는 나의 얼굴과 여전히 통통함을 유지하는 나의 허벅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진 속에서 자주 웃어 보여야겠다. 자주 나를 드러내고, 보여주고 내 얘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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