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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북스 김희영 Aug 15. 2022

금쪽이는 웁니다.

엄마 말이 무조건 옳다!

챙겨보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 중 <금쪽같은 내 새끼>가 있다. 

볼 때마다 눈물이 줄줄... 우리 으누에게 부족한 엄마라서 늘 미안하다.


이번 주 금쪽이의 주제는 '황혼 육아하는 친정엄마와 무심한 딸'


나도 딸 입장이지만 참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켜켜이 쌓여 온 서운함 때문이라는 스토리가 밝혀지긴 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는 모녀 사이임을 확인하고, 고마움과 미안함을 잘 표현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격정적인 아침드라마와 감동적인 가족드라마 한 편을 본 느낌이다. 이 가족의 이야기를 보는 내내 '고마워요'라는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으누 키워주느라 고생한 친정엄마도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는 아이를 낳자마자 바로 나가서 일하라고 성화였다. 가까이 사는 엄마가 다 키워줄 테니 너는 나가서 일하라고 매번 부추겼다. 한두 번이 아니고 계속.


그 당시의 나는 아이를 낳으면 적어도 3년은 직접 키우고 싶었다. 아동교육과 아동심리를 공부하며 아이의 정서와 애착이 중요함을 배웠고, 그리고 누구보다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렇기에 빨리 나가서 일하라는 엄마의 성화가 늘 서운했다.


"엄마, 나 그동안 쉬지 않고 10년 넘게 일만 했어.

이제야 좀 쉬면서 아이 키우겠다는데 왜 계속 나가서 일하래?"


정말 섭섭했다. 다른 친정엄마들은 오히려 푹 쉬라고 한다던데, 엄마는 내가 나가서 일하는 게 고생스러워 보이지 않았나? 내가 돈 버는 기계로 보이나? 


"엄마는 네가 너무너무 아까워. 너처럼 똑똑한 애가 왜 집에만 있니?

엄마가 잘 키워줄게. 너는 나가서 네가 좋아하는 공부 실컷 하고 들어 와."


내 아이 내가 보겠다는 건데 똑똑하고 아니고가 무슨 상관인 건지? 엄마의 그런 말들이 하나도 이해가 안 됐다. 아니 귀찮고 성가셔서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역시나, 엄마는 나를 잘 알고 계셨다. 

엄마의 예상대로(?)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나의 다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으누가 8개월이 됐을 즘, 거울 속의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생기 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눈에 초점은 잃은 지 오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나는 육아와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너무 소중하고 행복했지만, 정작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처음 겪어보는 모순된 마음들이 쌓이니 종잡을 수 없이 우울해졌다. 잘 넘겼다고 생각한 산후우울증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오랜만에 강의하던 책을 펴보았다. 예전에는 책 없이도 100여 명 앞에서 강의를 술술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당시의 나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도 버벅거리고 있었다. 충격이었다.


말 잘하는 게 최고의 무기였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우쭈쭈와 혀 짧은 소리만 내고 있었다. 사람 어른과의 대화가 그리웠다. 강의실에서 날아다니던 예전의 내가 전생의 일처럼 까마득했다. 이렇게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지나고 보면 그런 감정도 한 때, 아이는 금방 크니까 좀 더 여유를 갖고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넘어 지하를 뚫고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됨을 느꼈다. 나 자신이 정말 초라했다.





홧김에 나가서 면접을 봤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저지른 일이다. 그리고 바로 첫 번째 면접에서 취직이 되었다. 

면접에서 돌아오던 길, 혼자서 방문한 카페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내 일에 상관하지 말라고 모질게 말했던 친정 엄마에게 젖먹이 아이를 맡기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2시간 정도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내 공부를 했다. 


환갑까지 육아하는 엄마에게 늘 미안했다. 그럼에도 엄마는 더 늦게 들어오라고, 네 일과 네 공부에만 신경 쓰고 아이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아이는 할머니의 정성과 사랑으로 잘 컸고, 나도 아이와 있는 시간에는 더 편안한 마음으로 육아를 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엄마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많이 했었을까? 어느 순간 너무나 당연해져서 고마운 감정을 잊고 산 것은 아닐까?


우리 가족이 제주로 이사오자 우리 엄마는 그동안 미뤄뒀던 취미활동을 시작하셨다. 미술, 서예, 우쿨렐레 등의 다양한 취미활동을 배우고, 공연과 전시도 하신다. 딸내미에게 양보한 시간들을 이제 고스란히 마음 놓고 누리고 계신다.


참 짠하고 애달픈 우리 엄마.





"엄마, 우리 으누 진짜 예쁘지?"


"예쁘긴 네가 더 예뻤지. 너는 정말 인형 같았어!"


"뭐야~ 우리 으누가 훨씬훨씬, 백배천배 더 예쁘구만. 엄마는 뭐래~"


손주가 암만 예뻐도 본인 딸이 더 예쁜 우리 엄마, 

본인 딸이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우리 엄마,

그래서 늘 내가 아깝고 귀한 우리 엄마.



내가 성공하고자 하는 이유 :)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우리 엄마다!


우리 엄마에게 더 반짝반짝 빛나는 딸이 되고 싶다.

잊지 말자! 나는 우리 엄마의 자부심이자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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