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신 아프고 싶다...
평소처럼 산책을 하던 길.
아이가 신이 나서 뛰어가다가 '퍽' 하고 넘어졌다. 얼굴을 시멘트 바닥에 제대로 박아 '쾅'소리가 났다. 그 소리만으로도 내가 더 아팠다. 순간 세상이 멈췄다.
아이는 놀란 비명을 지르고 운다. 차마 아이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아 눈을 질끈 감았다.
'소리가 엄청 컸는데 얼마나 많이 다쳤을까.
피가 철철 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내 아이에게 달려가 아이를 안아 든다. 평소 같으면 "툭툭 털고 일어나. 그러니까 조심히 걸어야지." 하며 지켜봤겠지만 오늘은 그 정도의 넘어짐이 아니었다.
아이를 들춰 안고 얼굴을 본다. 이마의 절반이 멍이 들고 혹이 난 것 이외에는 괜찮다. 혹시나 뇌진탕이 온 건 아닌지 살펴봤지만 괜찮은 것 같다.
아이는 금방 울음을 그친다.
"엄마, 이제 조심히 걸을게요."라고 말하며 가던 길을 계속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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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아이의 모습에 안심이 된다.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가 후들거린다. 아이가 기특함과 동시에 안쓰러움도 밀려온다.
'아이를 너무 강하게 키웠나?'
아직 5살밖에 안 된 아이인데... 아프면 아프다고 울고 어리광을 부려도 되는데...
놀란 엄마를 안심시켜주는 아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하지만 곧 마음을 진정시키고, 늘 그렇듯 아이를 붙잡고 이야기를 해준다.
"으누야, 누구나 넘어질 수 있어.
넘어져도 괜찮아. 툭툭 털고 일어나면 돼."
넘어지지 않는 법을 알려주기보다는 넘어져도 다시 벌떡 일어나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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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더 어릴 적에는, 아이 몸에 있는 작은 생채기 하나에도 내가 더 아팠다. 모두 다 내 잘못 같아서 미안해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작은 미열이라도 있는 날에는, 제발 내가 대신 아프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 모든 생채기를 막아줄 수 없다는 걸.
아마 아이는 넘어지고, 넘어지고, 또 넘어질 것이다. 그럴 때마다 크고 작은 상처도 생기고 아프기도 할 것이다.
아마 몸이 아픈 날보다 마음이 아픈 날도 많을 것이다. 크고 작은 일들에 상처를 받는 날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사랑의 열병에 앓아눕는 날도 많겠지.
엄마의 마음으로는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고 자랐으면 좋겠지만 그 또한 '인생'이므로. 엄마가 막아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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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더 많이 넘어지렴.
더 많이 넘어질수록
잘 넘어지는 법을 배울 수 있단다.
더 많이 넘어질수록
넘어진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단다.
수없이 넘어지는 날마다
엎어져서 좌절하는 것이 아닌
오늘처럼 툭툭 털고 일어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가던 길을 계속 가렴.
마음이 탄탄한 아이.
넘어져도 아무렇지 않은 아이.
툭툭 털고 제 힘으로 일어나는 아이.
그런 아이로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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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탄탄한 회복 탄력성으로 넘어져도 금방 일어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우리 아이가 살아가길 바라는 모습으로 엄마인 내가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