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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북스 김희영 Feb 21. 2023

나를 찾기 위해 워킹맘이 되었다

아이를 낳고 8개월 만에 워킹맘이 되었다. 원래 계획은 1년 정도 내가 키우다가 돌이 지나면 복직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 겪는다는 산후우울증이 그즈음 찾아왔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행복한 일이었다. 나를 닮은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모습을 보는 건 둘도 없는 축복이었다.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은 고귀하고 숭고한 일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해낸 일들 중 가장 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나'는 없었다. 내 안에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니 텅 비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낯선 표정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산발이 된 머리, 지퍼가 덜 잠긴 수유티, 티 위의 아이 토자국, 그리고 초점이 없는 내 눈빛.



그 길로 구직사이트를 뒤졌다. 조건이 괜찮아 보이는 곳에 이력서를 넣었고 면접을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함께 일해보자는 답변을 받고 면접에서 돌아오던 날, 인스타에서만 보던 예쁜 핫플 카페에 들렀다. 가장 뷰가 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맛있는 디저트와 음료를 시켰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시간이 지나고 난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당시는 아주 잠깐이었다. 엄마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던 그 시절은 금방 지나간다. 그리고 그 잠깐의 시절만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나'를 위해 살아갈 시간이 금방 돌아온다. 지금처럼 아이는 아이대로 크게 놔두고, '나'를 키우며 살아갈 날이 곧 오게 됨을 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아이 위주의 꼼짝 못 하는 삶이 평생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어리석게도 그렇게 생각이 들어 우울감에 빠졌고, 계획보다 빨리 취직을 했다. 취직을 한 뒤 남편과 친정엄마께 통보를 했다.



그렇게 나는 준비 없이 워킹맘이 되었다. '나'를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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