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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말이 Jun 29. 2023

하필 우리 아기가 신생아 황달인가요

주 1회 같은 건물에 있는 소아과에서 의사 선생님이 방문하셔서 아기들 상태를 확인해 주셨다. 

 “어머나! 아기 다리가 왜 이렇게 길어~”

 속싸개를 풀어보던 의사 선생님께서 화들짝 놀라셨다. 

 다른 아기들보다 얼굴이 좀 더 작았던 우리 아기는 속싸개에 꽁꽁 싸여있어 매우 왜소한 아기 같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길이가 남다르게 길었다. 그래서 속싸개를 풀어보는 사람마다 흠칫 놀라곤 했다. 

  이런 별거 아닌 한 마디에도 엄마는 우월감을 느낀다.      


 “아기가 황달기가 있어요. 아주 심해 보이지는 않아서 당장 채혈은 안 하겠지만 며칠간 모유수유 하시면 안 돼요. 보통 수유 끊고 며칠 지켜보면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황달이 지속될 경우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수도 있어요.”

 열 명이 넘는 아기들 중에서 총 두 명이 황달로 인해 모유 수유 금지령을 받았다. 한 명은 우리 아기였고, 한 명은 내게 연락처를 물어왔던 옆방 동생의 아기였다. 원인은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아기에게 이상이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모유도 먹이면 안 된다는 말만 머릿속에  메아리쳤다. 의사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지만 듣는 엄마의 머릿속은 천둥이 치는 것 마냥 우르르 쾅쾅했다. 


 3개월 후면 나는 부천 집에서, 아기는 인천 친정에서 떨어져 지내야 했기에 안 그래도 아기에게 모유를 줄 수 있는 시간이 최대 3개월이었다. 아기가 모유만 먹을 경우 분유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해서 고민이 많았지만 어차피 지금도 낮엔 모유를 먹고, 밤엔 분유를 먹었기 때문에 분유를 기피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이 있는 동안은 먹일 수 있는 만큼 모유를 먹이고 싶었다. 근데 모유 수유까지 금지를 당하고 나니 왠지 더 모유를 먹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었다.      


 남편이 있건 없건 시간 나는 틈틈이 유축기를 달고 모유를 짜냈다. 이 시기에 나는 사람도 아니었고 여자도 아니었다. 그냥 아기에게 필요한 모유를 만들어내는 도구에 가까웠다. 잘 나오지도 않아서 한 방울 한 방울이 너무 소중했다. 처음엔 40 ml 모으는데도 한참이 걸렸는데 나중엔 60 ml, 80 ml까지도 모아 얼릴 수 있었다. 당장 먹일 수 없더라도 얼려두면 나중에 녹여서 먹일 수 있다고 하셨다.   

   

 옆방에 같이 황달이 찾아온 아기의 엄마도 방에서 계속 유축을 하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식사 시간에 마주치면 서로 오늘은 얼마를 모았는지 작업량(?)을 자랑을 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젖몸살이 찾아왔다. 엄마가 우리를 낳았을 때 젖몸살이 너무 심해서 호되게 고생을 했다고 들었었다. 본인 고생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계속 마사지를 해주라고 했었는데 그 부분이 아니라도 아픈 곳이 너무 많았기에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따로 관리를 받지 않아도 조리원 원장님이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고 하셨다) 요청하면 언제든 해주신다고 했었다. 그게 바로 내가 이 조리원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방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원장님이 오셨다. 방금 옆방 동생 마사지 마치고 순차적으로 방을 돌고 있는 중이라고 하셨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시기에 우리들은 사람도, 여자도 아니었으므로 그저 딱딱하게 굳어가는 가슴을 그녀에게 내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언제든 가슴을 풀어줄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의지가 되었는지 모른다. 마사지는 당연히 아팠다. 하지만 효과는 엄청났다. 2주 동안 단 한번 마사지를 받았을 뿐인데 마법처럼 가슴이 돌아왔다. 이건 사람마다 다를 거다. 옆방의 그녀는 매일 울며불며 원장님을 찾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아기에게 모유를 주어도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기는 더 이상 모유를 찾지 않았다. ‘젖 먹던 힘까지’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는지. 엄마의 모유를 먹으려면 아기도 본인의 온 힘을 다해 젖을 빨아야 하는데 젖병은 아기가 힘을 들이지 않아도 우유가 잘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힘들이지 않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젖병에 익숙해진 아기에게 수유를 하기 위해 젖을 물리면 잘 빨리지 않는다고 짜증을 냈다. 하지만 우리 아기는 젖병 속에 든 게 분유건 모유건 그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편히 빨아도 잘 나오는 젖병을 선호했을 뿐이다.     


 조리원 퇴소 전에 조리원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브랜드의 젖병과, 조리원에서 먹이는 분유와 같은 제품을 구매해서 집으로 배달시켰다. 그래야 조리원 퇴소 후에도 아기에게 익숙한  젖병에 익숙한 분유를 먹일 수 있을 테니까.


 “와~ 이 회사 마케팅 진짜 잘했네. 조리원에 젖병 무상으로 제공하면 조리원에서 쓰던 젖병으로 엄마들이 그대로 구매 할거 아냐. 진짜 머리 잘 썼네.”

 남편은 젖병 회사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조리원에서 젖병과 분유를 무상 제공받았는지, 돈 주고 구입을 했는지 확인된 바는 없지만 조리원에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자연스러운 구매 유도로 상당한 효과를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조리원 퇴소 후에 선물 받은 젖병과, 사은품으로 받은 젖병과, 조리원에서 사용하던 젖병을 사용했을 때 아기는 조리원에서 사용하던 젖병을 가장 거부감 없이 좋아했다. 모양과 나오는 양이 달라서인지 다른 제품의 젖병은 불편해하기도 했다. (뜬금없지만) 여기서 다시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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