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우리'여야 했다고 :)
시작부터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폐쇄형 오프라인 독서모임으로 만들려던 것도 아니었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책이나 읽던 재미없는 여자애가 여자 어른으로 자라 처음 가본 독서모임 자리가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것뿐이다. 혼자 생각만 하다가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지하철을 타게 된 일행에게 물었다.
혹시.. 집이 가까우니, 우리 동네에서 독서모임 하실래요?
온라인상의 피상적인 관계로만 존재했던 사람을 어찌 믿었을까? 대번에 좋다고 하는 바람에 내가 더 놀랐다.
하필 그 해에 대학원 진학 예정인 한 명을 포함하여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었으니 어그러질라치면 진즉에 어그러졌을 것이다. 도넛 경기도의 아랫지방에 모여 살아 모임 장소를 정하는데 눈치를 덜 보려나 하였는데 경기도는 생각보다 더 넓었고, 장소와 시간을 정하며 예상치 못한 난항을 겪은 덕에 첫 모임의 첫 책부터 안절부절못하였다고- 뒤늦게 고백한다.
솔직히- 이 모임 얼마나 갈지 몰라서,
"일단 시작"해보자고 할 수 있었다.
그게 2년을 넘겨 계속 쓸 이름이 될 줄은 몰랐으니까.
시작점에는 분명 <객원 멤버 환영>이라고 붙여두고는 우리 사이가 끈끈해질수록 개방 의지는 공염불이 되어갔다. 가끔 받는 오해가 완전히 틀리진 않았으니 멋쩍기도 하다. 모여놓고 보니 어째 요즘 대세라는 딸은 한 명도 없이 다 아들뿐인 데다 사람 좋은 얼굴 뒤로 자기만의 포부를 짱짱히 감춘 미래지향적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더해져 이제는 그저 '같은 동네 사는 사람의 독서모임'이라는 말로 설명하기에 민망하게 되긴 했다. 닮은 듯 다른 서로를 '틀렸다'라고 하지 않는 것도 우리가 여전히 끈끈한 공동체로 존재하는 필연적 이유다.
시간의 흐름에는 시작과 끝의 경계가 없으니 무엇에든 이름만 붙이면 시작이다.
그러니 때로는 중첩되고 희미해지는 일이 있더라도 굳이 끝이라는 말을 들이밀며 마무리짓기를 종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마음 졸아들지 않기. 그것이 릴레이로 써나갈 각자의 이야기 앞에 굳이 공동체의 시작 이야기를 붙여본 이유이므로.
...& 이런, 민망하고 부끄럽고 닭살 돋는 글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덧. 흐름에는 물론 시작도 끝도 없지만 벌여둔 일에는 분명 끝이 있어야 할 터. 마무리해야 하는 열린 글서랍들을 열어둔 채로 또 '시작' 서랍을 열었다. 아직은 기억이 흐트러지지 않았을 때, 좀 더 노력해야겠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