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본에는 없는 Irish의 채취가. :)
"I am running!"
철분제 못 먹겠다는 이야기 하다가 이게 무슨 소리야?
알고 보니 "I am experiencing diarrhea"를 우회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거였다. 글쎄, 언어적으로 더 트여 있다면 문맥상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의 약물로부터 경험할 수 있는 이상반응은 수십 가지가 넘고 그마저도 개인별로 한 명 한 명 다르다 보니 정확하게 알아듣고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내 입장에서는 이런 '문화적 표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좌절한다. 그러니 나의 "영어 공부"는 자기 계발이 아닌, 생존이다. 오늘 하나를 배우면 내일 바로 이해도가 달라질 수 있는 '습득'의 비기를 알고 싶었다.
영어 원서 읽기를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다. 원서 읽기는 언뜻 생각하면 우회하는 것 같고, 투자한 시간 대비 가성비가 떨어지는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표현의 수단으로써의 언어는 그것이 나고 자란 문화와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어떤 표현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장 다채로운 표현법을 집약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매개는 책이다. (Note: 다양한 영어 콘텐츠를 통해 노출 자체를 최대화하는 것이 필요 + 상황만 따라준다면 '연애'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원서로만 읽는다. 늘 읽고 싶은 책이 읽은 책 보다 많은 처지에 같은 책을 두 언어로 두 번씩 읽을 결심이 쉽게 서지 않았기 때문인데. 문학인 경우 특히 세세한 묘사를 놓치고 두루뭉술 줄거리만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떨치지 못하게 되면서 어차피 문화 차이를 느낄 겸 읽는 원서라면 번역서에서 달라지는 그 느낌의 차이를 경험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읽은 첫 책이 <Foster>, <맡겨진 소녀>였다.
"What way are you?"에서 벌써 머릿속이 헝클어졌다. 뭐지? 하고 번역본을 보니 그냥 How are you처럼 번역되었다. 맞다, 클레어 키건이 아일랜드 사람이었지. 그 사람들이 하는 영어를 들으면, '이거 영어 맞지?' 할 때가 있는데 실제로 책 곳곳에 아일랜드 억양과 표현이 가득하다. 우리나라 소설도 국문으로 되어있어야만 사투리가 그대로 살아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클레어 키건이 서양인 답지 않게 '행간을 읽어야' 하는 문장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 병행독서가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외려 번역본을 읽었을 때 그냥 지나쳤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원어로 다시 읽으니 그 의미가 명확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The sun, at a slant now, throws a rippled version of how we look back at us. For a moment, I am afraid. I wait until I see myself not as I was when I arrived, looking like a gypsy child, but as I am now, clean, in differ- ent clothes, with the woman behind me. I dip the ladle and bring it to my lips. This water is cool and clean as anything I have ever tasted: it tastes of my father leaving, of him never having been there, of having nothing after he was gone.
'You don't ever have to say anything, ' he says. 'Always remember that as a thing you need never do. Many's the man lost much just because he missed a perfect opportunity to say nothing.'
Everything about the night feels strange: to walk to a sea that's always been there, to see it and feel it and fear it in the half dark, and to listen to this man saying things about horses out at sea, about his wife trusting others so she'll learn who not to trust, things I don't fully understand, things which may not even be intended for me.
아일랜드의 역사는 한국사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영국과 끊임없이 갈등했던 작은 나라, 구석구석 독립투쟁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그 잔재로, 북아일랜드는 영국 땅에 편입된 반면 다른 지역은 무려 EU 국가로 파운드가 아닌 유로화를 쓴다. 내가 꼭 알려고 노력한 것은 아니고, 제조원 이전 때문에 식약처 선생님들과 실태조사를 갔었다. 실토하자면 십여 년 일하며 갔던 해외 제조원 실태조사 중 단연 최악의 경험이었다. 꽤나 배타적인 데다 (아마도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동방 어디의 작은 나라라 더욱 그랬겠지만) 다소 무례했고, 실태조사에서 뭔가를 은폐하려는 느낌 자체가 치명적인데도 자료를 줄 때 특정 부분을 자꾸 숨기려고 해서 애를 먹었다. 별것도 아닌데! 소설 안에 수많은 갈등 구조가 있지만 단 하나도 드러내놓고 서술한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그들의 행위를 이해해 볼 법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방식으로, 'Aye' syas Da. 'You couldn't mind them. You know yourself.' 소녀의 아빠가 구사하는 화법이 무례의 최전선인데, PTSD 올 뻔. (;;)
앞으로 이런저런 책을 원서-번역서 병행하며 읽을 텐데, 익숙해져 갈수록 배우는 것이 많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책벗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설령 나는 하나만 알았더라도 열을 주워듣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