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적인 사람인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w. 인문살롱

by 약방서가

피할 수 없는 주말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주방 쪽이 후끈하다. 오 마이갓!!! 남편이 인덕션을 끈다고 해놓고 힘껏 돌려 Strong 모드로 켜놓았다. 20분 남짓 달궈진 프라이팬이 붉게 보일 정도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 당연히 분노다. "미쳤어!!" 퐈이야! 나는 독서모임 인문살롱 분들과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읽고 있었는데, 그 순간에는 책의 내용과 정반대로 감정이 촉발을 넘어 폭발하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따르면 사실 감정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까지 많은 이론이 감정은 촉발되며, 뇌에는 특정 감정을 위한 영역이 따로 있다고 믿었다. 이를테면 나의 분노는 흔히 덜 진화된 뇌라고 생각되는 변연계에서 왔다는 식의 설명이다. 또, 감정은 보편적이라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감정은 전달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감정이란 무엇인가?

뇌는 체내/외 자극에 대한 나의 반응을 해석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기묘하게도 설명되지 않는 현상은 용납하지 않으면서도 대충 어림짐작하는 게으름을 동시에 지녔다. 어떤 상황에서 나는 의도치 않게 쾌/불쾌 (또는 호/불호)와 흥분/안정의 어느 지점을 감지하게 되는데, 이때 감지된 지점의 원인을 해석하려고 할 때 뇌의 예측에 동원된 개념어가 감정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카페인을 진하게 마셔서 심장이 빠르게 뛸 때,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다면 이를 '긴장감'으로, 연인과의 데이트를 앞두고 있다면 이를 '설렘'으로 예측/해석하는데 나는 그것을 감정이라고 '느낀다'. (이것을 구성된 감정이론이라고 하며, 촉발된다는 주장과 상반된다.) 그러므로 저자는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것은 신화이며, 감정은 한 개인이 나고 자란 사회, 환경, 문화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겠네?

감정이 뇌의 해석이라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맞다. 정동 변화를 인지하고 올바른 개념어를 찾아 짝을 지어주면 된다. 저자는 본인을 몹시 괴롭히던 상사가 승진에서 미끄러졌던 일을 회고하며 '샤덴프로이데 Schadenfreude'라는 처음 보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것은 타인의 불행을 보았을 때 슬며시 올라오는 기쁨을 의미한다. (구글에 물어보면 '기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보다는 억눌러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슬며시 새어 나오는 웃음에 가까운 감정인 것 같다.) 아무튼 감정을 이렇게 성숙하게 다루려면 정동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잘 배워야 한다. 이를테면 '분노'를 물건 던지기로 표출하는 부모 밑에서는 그와 같은 방법을 배우기 쉽다는 말이다. 또 감정어를 세밀하게 사용할수록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뇌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한다. 물론 정동 변화를 조절하는 것도 방법이다. 잠을 충분히 자고, 운동하자.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피곤하고 배고픈 사람은 굳이 건들지 말자.


'감정'이 이끄는 대로 살면 안 될 것 같은데.

한창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을 찾으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질 때가 있었다. 위에 언급했듯 뇌는 가슴 두근거림을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설렘으로도 불안으로도 인식한다. 게다가 나의 감정은 실제로는 정동 변화에 대한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여행지에 대한 기억이 날씨와 사람에 좌우되는 이유다. '나는 감정적'이라는 변명은 실제로는 나는 정동 변화에 대응하는 올바른 방법을 배우지 못했고, 변화에 상응하는 개념어의 사전이 빈약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두 시간 반을 훌쩍 넘긴 독서토론의 시간이 우리에게 남긴 결론은 이러하다.

문학작품을 읽자. 개념어를 촘촘히 하는 것이 감정 조절의 지름길이다.

운동하자.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책을 다 읽은 나의 성숙한 반응은 무엇이었을까? 나도 정답을 안다. 가슴의 두근거림과 '집에 불이 났을지도 모른다'는 예기불안은 나의 정동 변화일 뿐이다. 분노의 개념어를 놀람으로 대체하고 '다음에는 한 번 더 확인해 달라'는 당부로 표현했어야 했다. 늘 배움과 실천은 거리가 멀고, 다음에도 나는 "미쳤어!!!" 할 확률이 훨씬 더 높지만.


그렇다면 당신이 범주화를 수행할 때 당신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당신은 세계 안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한다. 개념이 필요하면 당신의 뇌는 당신이 과거에 경험한 개체군을 바탕으로 이리저리 짜맞추어 특정 상황에서 당신의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개념을 즉석에서 구성해낸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다. (p342)


실제로 당신은 당신의 행동에 대해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 이것은 당신의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감정적 반응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타인을 해치는 행동을 삼가도록 예측을 통해 당신을 인도하는 개념을 학습할 것인지는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당신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 당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의 개념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이런 행동들을 통해 어떤 환경이 조성되는가에 따라 다음 세대의 뇌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의 뇌 배선을 좌우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실재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서로의 행동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모든 것을 사회 탓으로 돌리는 막연한 의미에서가 아니라 뇌 배선의 매우 실제적인 의미에서 그러하다. (p556)


한국어의 ‘정情’처럼 ‘행복’보다 더 구체적으로 가까운 친구에 대한 애착을 가리키는 단어가 영어에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보라. 그러면 당신의 뇌에서 이렇게 더 정밀한 개념을 사용해 적절한 사례를 구성하는 데는 노력이 덜 들어갈 것이다. (중략) 반면에 만약 당신이 ‘행복’ 대신에 ‘유쾌한 느낌’이라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해 구성 중이라면, 당신의 뇌는 더 고달픈 일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정밀하면 효율적이다. 이것은 더 높은 감정 입자도가 선사하는 생물학적 혜택이다. (p441)

높은 감정 입자도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또 다른 혜택을 선사한다. 일련의 연구에서 불쾌감을 섬세하게 구별할 줄 아는 사람들은, 다시 말해 ‘기분이 더럽다’의 50가지 뉘앙스를 아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때 융통성을 30퍼센트나 더 발휘했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과음을 덜 했으며, 마음의 상처를 입힌 사람에게 공격적인 보복을 덜 했다. 조현병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감정 입자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은 입자도가 낮은 사람보다 가족이나 친구와 더 잘 지내는 편이며, 대인 관계에서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는 데도 더 낫다. (p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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