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림 권이주
최. 최고로 통 큰 우리 외할머니. 마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여장부셨죠.
정. 정겨운 목소리로 우리 강생이들 왔나 하시며, 늘 용돈도 두둑히, 사랑도 두둑히 주셨죠. 이제
림. 임금보다 부럽지 않던 그대의 짝에게 고이 날아가셨으니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권. 권세를 누릴 수 도 있으셨을 텐데 늘 부지런하셨던 우리 외할아버지.
이. 이제 외할머니가 곁에 계시니 하늘나라에서 외롭지 않으시죠?
주. 주변을 돌보시며 열심히 살고 계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그곳에서도 행복하세요
올해 한국에 가면 꼭 찾아봬야지 했었는데 난, 외할머니의 따뜻한 손을 잡는 대신 49제에 참석했다. 불효막심한 손녀 같으니라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쓰나미 같이 밀려오는 생각 하나..
아… 우리 엄마는 이제 고아구나. 아빠도 없고, 이제 엄마도 없구나..
엄마가 없다는 거… 난 상상할 수도 없는데..
우리 엄마는 엄마를 잃었구나.
그런데.. 난… 엄마가 올해 유독 이상하다며.. 넘치는 사랑이 너무 버겁다며 친구들에게 동생에게 엄마 뒷담화를 하며 엄마랑은 이틀 이상 있으면 안 된다고…
엄마를 잃은 엄마를 위로하는 대신… 불평하고.. 짜증 내고..
그랬다. 내가.. 큰딸이라는 내가… 난 참…
비행기 안에서 그 생각이 몰려와 한참을 울었다.
미국에 돌아와 아침에 동생과 통화를 하며..
엄마가 왜 그렇게 이상했냐면.. 엄마가..
말을 맺지 못하고 또 울었다.
1997년 3월 26일 미국땅을 처음 밟았고, 12월 외할아버지께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몇 주일 후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영아… 외할아버지 하늘나라 가셨다.” 외갓집에서 너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고 이제는 이야기해 주라고 해서... 10월에 외할아버지 돌아가셨어.”
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보다 나한테 얘기하지 않은 엄마가 더 미웠다. 어떻게 나한테 얘기하지 않을 수 있냐고. 화내고 원망하고..
“니가 마음이 워낙 여리잖아. 공부하는데 힘들까 봐”
엄마는 그런 사람이다. 늘 딸 걱정, 아들 걱정, 동생들 걱정, 손자, 손녀 걱정..
이번에 엄마에게 내뱉은 말..
“ 엄마, 엄마는 참 더 행복할 수 있을 텐데… 걱정만 줄이면. 엄마의 걱정이 절 불효녀로 만들어요. 엄마를 걱정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러니 딸 불효녀 만들지 말게 걱정을 줄이세요!”
모든 사람한텐 친절하면서 엄마한테만 유독 불친절한 나…
내일은 엄마한테 조금 더 친절해져야지..
손사래를 치는 데도 굳이 미국에 가져가라고 택배로 동생집에 보내신
김장 김치, 깻잎, 우엉, 무 장아찌, 오징어 채 무침
그 맛난 반찬들 먹는 사진을 보냈더니 세상 기뻐하시는 엄마에게
내일은 조금 더 친절해져야지..
1/10/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