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라스 Jasmine Aug 05. 2024

피아니느스트,마르타 아르헤리치 보러 모나코로 향한 모자

Martha Argerich, Sokove와 함께한 음악여행

미국의 봄방학 기간엔 타운이 텅 비는 듯한 기분이다. 거의 모두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남편은 봄방학 기간에 휴가를 낼 수가 없어서 수년 전 아들과 처음으로 둘이서 콜로라도를 갔었는데 나름 성공적인 여행이었다. 올해 봄방한엔 아들 생일 선물로 세계적인 피아노 거장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공연 티켓을 샀다. 공연 장소는 모로코였다. 마르타는 웬일인지 미국으로 공연을 오지 않는다. 아들이 너무 좋아하는 피아니스트고 41년생, 83세이시니 살아계실 때 꼭 봐야만 할 것 같아서 큰 맘을 먹고 티켓을 샀다.

모로코를 간 김에 유럽 주변의 나라도 둘러보고자 이탈리아와 스위스 그리고 친구가 살고 있는 프랑스도 가보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선 아들 피아노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피아니스트 소콜로프의 공연을 보기로 했다. Grigory Sokolov 역시 1950년생으로 할아버지 피아니스트이시다.

여행사를 끼지 않고 혼자 호텔, 교통편을 다 예약을 하려고 하니 힘이 들기도 했지만 아들의 엄마 대단해하는 칭찬 한마디에 그간의 고생이 훨훨 날아가버렸다.


런던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프랑스 니스공항에 가서 모나코에 가는 일정이었는데 모나코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라서 공항도 없어서 접경국인 프랑스를 거쳐야만 했다. 런던에서 잠깐 기다리는 동안 공항에서 맛난 아침을 먹고 내 목걸이에 고이 모셔진 남편의 얼굴을 보며 함께 하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프랑스 니스 공항에 도착해 약 40분 거리인 호텔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려다가 길도 잘 모르고 해서 공항 앞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가 모델 뺨치게 잘 생겨서 역시 프랑스인가 했다.


모나코는 유명한 게 카지노와 럭셔리 카인만큼 엄청나게 물가도 비싸고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나라도 엄청 화려했다. 마르타 공연이 모나코의 상징적 건물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카지노 몬테카를로에 있어서 호텔도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Fairmont Monte Carlo로 잡았다.

무사히 모나코에 도착함을 자축하며 아들과 나는 호텔 안에 있는 Nobu 레스토랑에서 밤바다를 마주하며 저녁을 먹었다. 나는 문어요리를 주문했는데 얼마나 부드럽고 고소한 지 그 맛이 아직도 입안에서 감도는 듯하다.

공연이 일요일 저녁이라서 우리는 오전에 모나코 투어 버스를 타고 모나코를 구경하려고 했으나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예약해 두었던 투어버스는 놓쳐버리고 걸어서 혼텔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그냥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는데 La piazza라는 이름의 식당에 들어갔다. 날씨가 좋아서 우리는 바깥 페티오에 자리를 잡았다. 아들은 스파게티, 난 Pennie Sicilia라는 파스타를 시켜 먹었는데 둘 다 먹음직스럽고 맛도 좋았다.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오는데 주로 노부부들이 많았다. 강아지를 데리고 온 할머니, 할아버지가 건너편 테이블에 앉았는데 할머니가 담배를 피우시면서 엑스프레소를 마시고 게셨다.

유럽에선 커피를 시키면 소주컵만 한 잔에 에스트레소가 나오기 때문에 항상 아메리카노라고 주문을 해야 했다.


맛난 아침을 먹고 우리는 앞에 보이는 바다를 목적지로 삼고 걸었는데 바다로 가려면 길가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을 올라가야 갈 수 있었다. 끊임없이 서있는 화려한 호텔들의 끝에 평온한 바다가 우리를 반갑게 맞았고 파도소리를 음미하고 푸른 바다를 눈에 꼭꼭 넣으며 다시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비를 피해 호텔 라운지에 가서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호텔 입구에 한글이 쓰인 부채들이 있는 커다란 액자가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호텔에서도 비가 내리는 바다를 창문 너머로 감상하며 여유로운 하루를 아들과 즐기면서 모나코 버스 투어는 놓쳤지만 정처 없이 걷다가 갑자기 찾아온 비님으로 호텔에 들어가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도 맛보는 이런 여유도 괜찮다 싶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돌아와 쉬다가 이번 여행의 목적인 마르타의 공연을 보러 조금 일찍 나섰다. 호텔 건너편에 있는 카지노 몬테카를로 가는 길에도 멋진 중세시대의 화려한 건물들이 보여서 사진도 찍고 화려함의 극치인 카지노에 도착했는데 카지노 앞에 세워진 럭셔리 차에 어떤 여행객이 기대자 경찰이 와서 정색을 하며 떨어지라고 호통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카지노 입구는 물론이고 주변에 수많은 경찰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카지노 입구를 통과하고 공연장을 찾는데 도대체 공연장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경찰한테 물으니 안쪽 편에 있다고 하고, 매표창구에 물으니 공연장은 이 건물이 아니라 길 건너 다른 편에 있다고 했다.  마르타 공연을 보러 모나코까지 왔는데 혹시 못 보게 될까 봐 사색이 되어 아들과 나는 카지노를 빠져나와 앞에 있는 경찰한테 물으니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고 했다. 도대체 어디서 택시를 잡아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설명들은 대로 찾아서 가기로 했는데 다행히 우리처럼 공연장소를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우리는 함께 종종걸음을 하며 따라갔다.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 또 에르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지하도를 한참 통과한 후에 공연장소에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드디어 까만 상위와 대조적인 백발의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유튜브로만 보던 그녀의 공연을 실제로 눈앞에서 본다고 하니 너무 가슴이 벅찼는데 그녀의 팬인 아들은 얼마나 더 벅찰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 아들이 얼마 전 오케스트라와 공연한 곡인 베토벤 협주곡 1번이어서 아들은 더 떨릴 것 같았다.

Faure, Beethoven, Stravinsky의 협주곡을 끝으로 그녀의 앙코르 세곡과 함께 공연은 막을 내렸고 우리는 공연장을 쉽게 떠날 수 없었고 아들은 자기 생애 최고의 선물이라며 그녀의 공연은 정말 기대 이상의 최고의 무대라며 아직 그 감격이 쉽게 떠나가지 않는 듯했다. 인파에 몰려 내려가다가 아들이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왔다며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를 보며 이야기했다.  (아들이 누군지 기억을 못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Maxim Vengerov라며 사인을 받지 못한걸 얼마나 후회하던지...) 호호백발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도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멋져 보이고 부러웠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우리는 다시 카지노 몬테카를로 옆에 있는 화려한 건물의 몬테 마를로 카페 드 파리에 가서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이탈리아로 향해야 했기에 우리는 벅찬 가슴을 누르고 꿈나라로 떠났다.

이탈리아편에서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