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모로코를 뒤로 하고 우리 모자는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이탈리아로 떠날 채비를 했다.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택시 아저씨는 자신이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며 자신이 부른 노래라며 CD를 틀어줬는데 그다지 훌륭한 정도는 아니라서 우리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마음은 벌써 기차역에 도착해 있었다.
기차로 약 7시간을 가면 이탈리아 피렌체에 도착할 수 있는데 몇 번을 갈아타야 했다. 우선 기차에 탑승하기 전에 우리는 역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크라상을 먹었는데 유럽의 크라상은 미국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오전 9시 10분 모나코, Ventimiglia에서 Trenitalia 기차를 타고 4시간 후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도착하면 15분 환승시간 후 오후 3시에 플로랑스, 바로 피렌체에 도착하는 여정인데 기차요금은 약 200불 정도였다.
비행기를 탈까, 기차를 탈까 고민을 하다가 우버 비슷한 서비스를 알아보기도 했는데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기차를 선택했는데 유럽은 기차로 어디든 갈 수 있어서 너무 편리했다. 버스보다 기차여행을 더 즐기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모나코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면서 빵이랑 간식이 담긴빨간 박스를 받았는데 왠지 환영받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아졌다.
애틀랜타에서 일본 무역 회사에 일하면서 이탈리아 담당이라서 한 번쯤은 출장도 가볼 수 있었을 법한 이탈리아를 결국은 한번도 못 가고 이렇게 아들과 피아노 공연을 보러 오게 될 줄이야.
몇 달 전에 예약해 둔 The Moon Boutique Hotel & Spa에 택시를 타고 도착했다. 역시 호텔은 공연장에 도보로 갈 수 있도록 근처에 잡았는데 작지만 예쁘고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이 매력적인 작은 노란색 건물이었다.
몇 시간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길 건너편에 있는 피렌체 마조 음악 극장 (Teatro del Maggio)으로 향했다. 아들 피아노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피아니스트 Sokolov의 슈베르트와 베토벤 공연을 앞두고 가슴이 설레었다. Sokolov 역시 70이 넘은 백발의 할아버지였는데 까만색 턱시도 안에 입은 하얀 셔츠와 조끼 때문인지 볼록한 배가 유달리 나와 보였다. 역시 노장의 멋진 피아노 공연과 함께 그는 역대 최다 앵콜을 퍼부었는데 무려 다섯 곡의 앵콜을 했다.
시차 때문인지 가끔 꾸벅꾸벅 졸았던 아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홀이 맘에 들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어느새 깜깜해진 이탈리의 피렌체 거리를 조금 전 노장의 피아노 소리의 여운과 함께 걸었다.
어제는 마르타의 공연 오늘은 소콜로브의 공연을 직관했으니 이번 봄방학 음악 여행은 성공적이었고 이제는 내가 계획했던 덤으로 하는 여행만이 우리를 남겨두고 있었다.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길치인 내가 이곳 멀리 유럽에서 길 한번 잃지 않았음에 너무 대견했고 아마도 이미 엄마키를 훌쩍 넘겨버린 아들이 든든한 여행 벗이 되어서이지 않을까 싶었다.